엔비디아 루빈 탑재 목표…내년 시장 점유율 30% 돌파 전망

기술 전문매체 WCCF테크는 22일(현지 시각) 삼성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HBM4 실물을 전시했다고 보도했다.
수율 90% 달성, 양산 청신호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HBM4 로직 다이 수율을 90%까지 끌어올려 양산 준비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D램 단품 기준 수율 60%대를 양산 가능 수준으로 보는 만큼 90%의 로직 다이 수율은 양산 지연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핀 속도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이번에 공개한 HBM4는 11Gbps(초당 기가비트) 핀 속도를 구현했다. 업계는 삼성이 가격 쟁력, 높은 생산능력과 함께 빠른 핀 속도를 내세워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본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은 HBM4에 데이터 전송 통로를 기존 1024개에서 2048개로 두 배 늘려 대역폭을 대폭 확대했다. 삼성은 경쟁사와 다른 기술 전략도 구사한다.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5세대(1b) 공정을 적용하는 반면, 삼성은 한 단계 진보한 6세대(1c) 공정을 선제 적용해 제품 차별화를 꾀한다. 베이스 다이 제작도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은 자체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직접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6년 500억 달러 시장 3파전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HBM 시장은 2026년 480억~500억 달러(약 68조~71조6400억 원) 규모로 성장한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20%에서 올해 30%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2일 세계 최초로 HBM4 개발 완료를 공식 발표하며 선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조주환 SK하이닉스 HBM 개발 담당 부사장은 "HBM4 개발 완료는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에너지 효율, 신뢰성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적시에 공급해 AI 메모리 시장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 순이다. 업계는 내년 HBM4 양산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 점유율이 30% 안팎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엔비디아 '루빈' 탑재 눈앞에
현재 삼성은 엔비디아에 HBM4 공급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다만 최근 HBM3E 공급이 임박한 가운데 HBM4 품질 검증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삼성은 연말 양산을 목표로 하며, 내년 1분기 평택캠퍼스 신규 증설로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HBM4 공급능력이 앞으로 시장 경쟁에서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도 내년 하반기에 HBM4가 HBM3E를 제치고 주류 솔루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HBM4부터는 고객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드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시장이 하나가 아니라 쪼개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HBM4 시대에는 맞춤형 제품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존과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경쟁 심화로 내년 HBM 가격이 10% 떨어질 것"이라면서 "HBM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에서 엔비디아 등 고객사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