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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9 자주포, 美 육군 58~70㎞ 사거리·분당 6발 요구에 '미국 현지 생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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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9 자주포, 美 육군 58~70㎞ 사거리·분당 6발 요구에 '미국 현지 생산' 관건

美, 자주포·탄약차 모두 미국 내 생산 필수 조건 제시…한화 등 외국업체 투자 부담
M109A7급 중장갑 요구로 궤도형 K9 유리…한화 "미국 생산기지 구축할 것"
확장 사거리 대포포(ERCA) 발사 장면. 사진= 미 육군 계약 사령부이미지 확대보기
확장 사거리 대포포(ERCA) 발사 장면. 사진= 미 육군 계약 사령부
미국 육군이 차기 자주포 도입 경쟁에서 사거리 58~70㎞와 분당 6발 이상 발사속도를 요구하면서도 미국 내 생산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해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외국 업체의 현지 투자가 필요해졌다.

미 군사 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는 지난 23(현지시각) 미 육군이 지난 20일 작성한 차기 자주포 요구사항 문서를 독점 입수해 보도했다.

이번 요구문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정보요청서(RFI)를 구체화한 것으로, 자주포뿐 아니라 탄약 재보급 차량까지 미국 내 생산을 명시했다. 통제비밀정보(CUI)로 분류한 이 문서는 "센서로 가득하고 정밀타격 무기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살아남고 더 넓은 지역에서 기동작전을 펼치려면 포병 부대에 빠른 이동 능력과 더 긴 사거리·빠른 발사속도, 적은 군수 부담을 갖춘 강력한 화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육군은 "이 목표를 이루려고 발사 장비와 충분한 탄약 재보급 능력을 갖춘 첨단 무기체계를 기존 제조업체에서 구해 신형 장비를 실전에서 시험하는 2개 부대에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장비 실전 시험 부대'는 미 육군이 새 무기를 빠르게 검증하려고 미국 안팎에 배치한 특수 부대다.

사거리 58~70·분당 6발 이상 발사 요구


요구문을 보면 미 육군은 차기 자주포가 최대사거리 대량살상 효과는 58㎞까지, 정밀사격은 70㎞까지, 최소사거리는 4(2.5마일)를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발사속도는 무유도탄 기준 분당 최소 6, 유도탄은 분당 3발 이상을 요구했다. 엑스칼리버 같은 정밀탄은 3발 이상 탑재해야 한다.

또한, 현재 배치한 M109A7 자주포와 같은 수준 장갑을 갖추면서도 기동성과 수송성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기동성은 고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수준의 도로·비포장도로 기동 성능과 공중·해상·철도·도로 수송 능력을 명시했다. 군수 지원 조항에서는 지속 전투작전을 보장하고 군수 부담과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높은 신뢰성·가용성·정비성을 갖춘 플랫폼을 요구했다.

'미국 내 생산' 명시로 현지 투자 필수


이번 요구문에서 주목할 점은 자주포와 재보급 차량 모두 미국 내 생산을 명시한 조항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소식통은 브레이킹디펜스에 "지난해 중반 발표한 초기 문서와 견줘 두 가지 변화가 있다""자주포와 재보급 차량의 국내 생산 조항, 그리고 미국산 탄약 발사 능력 조항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정보요청서에서도 참여 기업들에게 미국 내 생산 능력을 설명하도록 요청했지만, 이번 요구문은 국내 생산을 경쟁의 핵심 요소로 공식화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엘빗시스템스, 한국의 한화, 독일의 라인메탈, 그리고 미국의 레오나르도DRS와 유럽 방산업체 KNDS 협력팀 같은 외국 기반 경쟁업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 방산업체로는 제너럴다이내믹스와 영국 BAE시스템스의 미국 자회사(현재 M109A7 팔라딘 생산)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국내 생산 요구가 외국 기업들에게 치명타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의 마이크 컬터 방산 책임자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브레이킹디펜스 인터뷰에서 "우리 뜻은 미국 내에서 생산 능력을 만들고 현지에서 제작하는 것"이라며 "아직 모든 방안을 완전히 구체화하지 않았고 계획을 확정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한화 K9, 궤도형으로 장갑 요구 충족 유리


요구문이 M109A7과 같은 장갑을 요구하면서도 기동성 향상을 명시한 점은 업계 관심사다. 전통으로 차륜형 차량은 가볍고 도로 주행에 맞는 반면, 궤도형 차량은 무겁지만 진흙 같은 악조건에서 기동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말한 소식통은 "M109A7 수준 장갑 요구는 미 육군이 궤도형 시스템이나 개선한 M109A7을 선호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알려진 경쟁 후보 가운데 한화의 K9이 유일한 궤도형이며, BAE시스템스는 여전히 M109A7을 생산하고 있다.

미 육군은 자체 개발하던 장거리포 개발사업(ERCA)을 폐기한 뒤 지난해 세계 각지를 돌며 기존 자주포들을 검토했다. BAE시스템스, 엘빗시스템스, 제너럴다이내믹스, 한화, 라인메탈 등 5개 업체 제품을 살펴본 뒤 미 육군은 신규 개발 대신 기존 플랫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경쟁은 육군 변혁 계획(Army Transformation Initiative)의 일환으로 한동안 중단됐다가 지난해 9월 다시 시작했다. 지상전투시스템 프로그램 관리국(PEO GCS)이 작성한 정보요청서는 업체들에게 육군의 '접촉 중 변혁(Transformation in Contact·TiC)' 계획에 참여하는 여단에 자주포 시스템을 "임시로"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이 계획은 미국 안팎에 주둔하는 부대에 새 장비를 빠르게 시험 배치해 실전 환경에서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는 육군의 노력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