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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전기차 파트너 세레스, 홍콩서 2조 원 규모 조달…글로벌 확장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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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전기차 파트너 세레스, 홍콩서 2조 원 규모 조달…글로벌 확장 시동

중국 전기차 업체, 다음 달 5일 상장…수익금 대부분 연구개발 투자
작년 매출 300% 폭증했지만 올해 주춤…신차 출시 앞두고 관망세
세레스 7이 2023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오토쇼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레스 7이 2023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오토쇼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전기차 제조사 세레스가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17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를 끌어모은다. 통신장비 거인 화웨이와 손잡고 급성장한 이 업체는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라고 2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충칭에 본사를 둔 세레스는 27일 홍콩 증시에 1억 200만 주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주당 최고 공모가는 131.5홍콩달러로, 이 가격에 모두 팔리면 131억7000만 홍콩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다. 최종 공모가는 다음 달 3일 결정되고, 거래는 11월 5일 시작된다.

이번 홍콩 상장 가격은 상하이 증시 주가보다 25%가량 싸다. 세레스는 2016년부터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이미 상장돼 있다.

회사 측은 조달한 자금의 70%를 연구개발에, 20%를 마케팅과 해외 판매망 구축에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중국 본토에서만 차를 팔고 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는 얘기다.
이번 상장의 주간사는 중국국제자본공사, 차이나 갤럭시, 화타이금융 등 모두 중국계 증권사가 맡았다. 20곳이 넘는 기관이 미리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중국 본토 투자자다. 충칭시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산하 펀드가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해외 투자자로는 슈로더, 한국의 미래증권, 미국 투자자 마이클 제르미노 등이 참여한다.

세레스는 원래 스프링과 충격흡수장치를 만들던 회사였다. 나중에 오토바이를 거쳐 2003년 국영 동펑자동차와 손잡고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기차는 2016년에 시작했고, 2021년 AITO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전환점은 화웨이와의 협력이었다. 두 회사는 2019년부터 함께 일했지만, 작년 협력을 대폭 강화하면서 본격적인 성과를 냈다.

세레스는 AITO 차량에 들어가는 스마트 조종석과 운전 보조 시스템을 화웨이에서 가져온다. 화웨이가 운영하는 전국 700여곳의 체험센터에서 차를 전시하고 시승도 제공한다. 화웨이의 브랜드 파워와 판매망을 그대로 활용하는 셈이다.

올해 2월에는 화웨이가 전액 출자한 스마트카 기술회사 선전 인왕의 지분 10%를 1조8000억 원에 사들여 관계를 더욱 굳건히 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300% 넘게 뛴 1451억 위안(약 28조 원)을 기록했다. 2023년 24억 위안 적자를 냈던 회사가 59억 위안 흑자로 돌아섰다.

컨설팅 회사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세레스를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돈을 많이 버는 친환경차 업체로 꼽았다.

하지만 기세가 꺾이는 조짐도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1% 줄어든 624억 위안에 그쳤다. 판매량도 15.8% 감소한 19만8603대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4월 출시한 신차 AITO M8을 기다리는 고객이 많아 일시적으로 판매가 주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과열 경쟁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반덤핑 관세 등 무역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세레스가 화웨이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자체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홍콩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쓰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스마트카 기술과 세레스의 제조 역량이 결합된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지 지켜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세레스는 이번 상장을 발판 삼아 유럽과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금의 20%를 해외 마케팅과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쓴다는 계획에서 이런 의지가 엿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