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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테슬라, '40배 빠른' AI5 칩 공개…삼성·TSMC 美 공장서 2026년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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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테슬라, '40배 빠른' AI5 칩 공개…삼성·TSMC 美 공장서 2026년 양산

일론 머스크 "삼성 텍사스 팹, TSMC보다 더 진보"…GPU·ISP 뺀 '맞춤형 설계'
'초과 공급' 의도…차량·로봇 넘어 데이터센터까지 탑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차세대 AI 칩 'AI5'는 기존 AI4보다 특정 작업에서 40배 빠르고, 순수 계산력은 8배, 메모리 용량은 9배, 메모리 대역폭은 5배 향상된 성능을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차세대 AI 칩 'AI5'는 기존 AI4보다 특정 작업에서 40배 빠르고, 순수 계산력은 8배, 메모리 용량은 9배, 메모리 대역폭은 5배 향상된 성능을 보인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AI(인공지능) 칩 'AI5'가 현재 사용 중인 'AI4'에 비해 40배 더 빠르다고 공언했다. AI5는 특정 작업 기준으로 40배 빠르며, '순수 계산력(raw compute)'은 8배, '메모리 용량'은 9배, '메모리 대역폭'은 5배 증가한 수치다. 40%가 아닌 '40배'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강조한 것이다.

머스크는 이 AI5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 내 신규 공장에서 모두 참여할 것이며, 2026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특히 그는 삼성의 텍사스 팹이 TSMC의 애리조나 팹에 비해 "더 앞서 있다"고 평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트윅타운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전에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내용을 명확히 하자면, 우리는 AI5 칩 초기 물량은 TSMC와 삼성, 양사에 모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현행 AI4 칩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대해 "삼성은 놀라운 기업이며, 현재 우리의 AI4 컴퓨터를 훌륭하게 제조하고 있다"며 강한 신뢰를 표했다.
핵심은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AI5 칩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칩 팀이 정말 놀라운 칩을 설계하고 있다"며 "지난 몇 달간 거의 매주 주말을 칩 디자인팀과 함께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칭찬에 후한 편은 아니지만, AI5 칩은 특정 지표 기준으로 AI4 칩보다 40배 더 빠를 것이다. 40%가 아닌 40배"라고 거듭 강조했다.

머스크는 비약적인 성능 향상의 비결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스택(stack) 전체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꼽았다. 그는 "우리는 소프트웨어의 모든 문제점(pain points)을 해결하도록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있다"며 "현실 세계의 자동차와 로봇을 바탕으로 칩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마찬가지로 중요하게도 무엇을 '할 필요가 없는지' 정확히 안다"고 설명했다.

GPU·ISP 뺀 '설계 혁신'…"엔비디아 10배 효율"


기술적으로 AI5는 AI4에 비해 최대 144GB RAM(추정)을 탑재해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SoftMax와 같은 복잡한 연산도 기존 40단계 에뮬레이션 방식이 아닌 '네이티브(직접) 연산'으로 처리한다. 또한 혼합 정밀도(Mixed-precision) 모델과 스파스 텐서(Sparse tensor) 연산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AI5 칩은 AI4에 탑재됐던 기존 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ISP(이미지 신호 처리 장치)를 과감히 삭제했다. 엔비디아처럼 불특정 다수를 위한 범용 칩이 아닌, '테슬라'라는 단일 고객에 맞춰 설계를 최적화하고 단순화한 전략인 셈이다. 불필요한 후단 고속 라인을 제거함으로써 공정 적합성과 수율,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AI5는 사실상 '맞춤형 AI 추론 엔진'에 가깝다. 테슬라는 이종 연산 블록(텐서 어레이, 벡터 DSP, 제어 마이크로컨트롤러), 전용 온칩 메모리, 맞춤형 캐시 시스템을 도입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벽히 통합 최적화했다.

머스크는 "이러한 것들을 삭제한 결과, 우리는 AI5를 하프 레티클(half reticle)에 맞출 수 있었으며, 메모리에서 테슬라 트립 가속기, Arm CPU 코어, PCI 블록으로 이어지는 배선(traces)을 위한 충분한 여유 공간(margin)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 칩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애착을 드러냈다. "이것은 실로 '아름다운 칩'"이라며 "개인적으로 이 칩에 엄청난 삶의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차원이 다른 승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AI5의 생산은 삼성과 TSMC가 맡는다. 머스크는 "기술 면에서 볼 때, 삼성 (테일러) 팹이 TSMC (애리조나) 팹에 비해 약간 더 진보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이 "장비와 공정 자동화" 측면에서 더 앞서 있다고 덧붙였다. AI4와 AI5 칩은 모두 TSMC 애리조나 공장과 삼성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 전량 '메이드 인 USA'가 될 전망이다.

AI6까지 삼성과 협력…"초과 물량, 데이터센터 투입"


이번 AI5 칩의 또 다른 핵심은 압도적인 전력 효율과 공학(엔지니어링) 효율이다. 테슬라는 AI5의 성능당 소비전력이 3배 이상 개선됐으며, 엔비디아의 동급 칩과 비교하면 추론 비용은 10배, 와트당 성능은 3배 더 효율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효율은 모듈 간 통신, 전력 및 온도 관리, 대용량 AI 추론 등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을 이뤄낸 결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AI5 칩의 '초과 공급'을 의도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차량과 로봇(옵티머스)에 탑재하고도 남는 물량은 데이터센터로 돌린다는 전략이다.

머스크는 "만약 자동차와 로봇에 필요한 것보다 칩이 많아진다면, 언제든 데이터센터에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테슬라 데이터센터가 AI4와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조합해 학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를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AI5의 초과 생산 물량은 언제든 우리 데이터센터에 투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테슬라는 AI5의 차차세대 칩인 AI6 생산을 위해 삼성 파운드리와 165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은 2033년까지 유효하다. AI6는 AI5에 비해 실세계 성능을 2~3배 이상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이 이 거래에서 일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