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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미, 3500억 달러 투자 쟁점 이견"…트럼프 경주 방한 앞 신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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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미, 3500억 달러 투자 쟁점 이견"…트럼프 경주 방한 앞 신중 모드

"투자방식·금액·손실분담·수익배분 전부 난항"…29일 정상회담 타결 불투명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 17일 서울 남부 성남에서 청년 기업가들과의 만남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 17일 서울 남부 성남에서 청년 기업가들과의 만남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지난 7월 합의한 3500억 달러(501조 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 내용을 두고 전면 교착을 빚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27일 보도한 이재명 대통령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양국은 투자 방식과 금액, 일정, 손실 분담, 수익 배분 등 모든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오는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타결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이날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혀 오는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상 타결이 불투명한 상황임을 인정했다.

투자 패키지 핵심 쟁점 '여전히 답보'…한·미 온도차 존재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블룸버그통신과 만나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손실 공유와 배당 분배 방식 등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당연히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파멸을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기자들에게 "한국과의 협상 타결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준비된다면 나도 준비됐다"고 말해 한·미 양측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미 양국이 교착을 겪고 있는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는 1500억 달러(215조 원) 규모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2000억 달러(286조 원)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투자 펀드로 짜여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연간 200억 달러(28조 원) 이상 현금 투자 비율 확대와 분할 투자 기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TV와 만나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한지, 그 규모는 얼마인지는 전적으로 투자 구성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아예 필요 없을 수도 있고, 소규모로 맺을 수도 있다"고 밝혀 통화스와프는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종속 변수임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한국 외환보유고는 4220억 달러(605조 원), 제안된 투자 금액이 외환보유고의 80%를 넘는 수준이다.

비자 문제와 관세 격차 '외교 난제' 부상


이 대통령은 이번 만남에서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명 이상이 비자 규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이 사건이 근로자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겼으며, 일부 근로자는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근로자들의 안전과 합리적 대우를 보장하는 조치가 없다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며 양국이 비자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25% 미국 관세를 부담하는 반면, 지난달 미국과 양해각서를 맺은 일본 업체들은 15% 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비교를 일축하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이기 때문에 모든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유럽연합(EU)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협상했는지에서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압박과 국방비 증액…'두 강대국 사이' 외교


이 대통령은 오는 1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그는 한국이 "두 개의 맷돌 사이에 끼인"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자 한국의 양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 완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달 초 한국 조선업체 한화오션의 미국 투자 계획 때문에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에 제재를 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는 중국이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될 수 있다는 신호"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과 맞서는 것이 적절한 대응은 아니며, 대화가 항상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진전이 있었다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한·미 양국은 동맹 현대화 논의를 진행 중이며, 미국 측은 주한미군 역할이 북한 억지를 넘어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 유지에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국제사회 현실상 주한미군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국방비를 현재 국내총생산(GDP) 2.3%에서 3.5%로 늘리려는 계획은 미국 요구보다는 독자적 국방력 확보라는 정부의 기본 생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질서가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이런 양자 회담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존하며 서로 이익이 되는 길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의장국으로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특별하게 APEC 정상회의나 한미 정상회담을 목표로 두고 관세 협상을 하지 않았다""상업적인 합리성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를 보고 협상단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미 동맹 현대화나 방위비 부담 등 안보 의제와 관련해서는 "양국 사이 안보나 동맹 관계에 큰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