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7·10 노드 기반 칩 수요 급증…기판·패키징난도 원인
AMD 등 경쟁사 추격 속 공급난, 2026년 18A 공정 전환이 관건
AMD 등 경쟁사 추격 속 공급난, 2026년 18A 공정 전환이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인텔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투자자들에게 "PC와 서버 CPU 수요가 공급량을 초과하고 있다"면서 "공급난은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새로운 경영진하에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인텔에 예상치 못한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공급난은 '인텔 10'과 '인텔 7' 등 성숙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군에 집중됐다. 이들 공정은 랩터 레이크(Raptor Lake) 같은 주류 데스크톱 칩과 데이터센터용 부품의 핵심 기반이다. 인텔의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들이 이들 노드에서 우리가 출하할 수 있는 물량보다 더 많은 주문을 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하며 "구형 공정 라인의 생산능력은 증설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스너 CFO는 이어 "공급망 전반, 특히 기판 재료의 병목현상이 심각하다"고도 언급했다.
인텔이 구형 공정 증설을 외면하고 차세대 노드에 자본을 투입하는 전략적 선회를 단행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이미 인증을 완료해 즉각 배포할 수 있는 재고관리단위(SKU)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기존 재고와 미미한 효율성 증대에 의존하게 됐다. 최근 랩터 레이크가 비정상적 전압 작동 문제로 논란이 됐으나 인텔과 마더보드 파트너사들이 펌웨어 수정을 신속히 배포하며 기업용 PC 교체 시장에서 해당 플랫폼이 계속 사용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인텔의 이러한 전략은 기업·공공·데이터센터 등 대형 수요처 중심으로 물량을 우선 배분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PC 교체 수요 '동시 폭발'
현재 시장은 두 가지 거대한 수요가 충돌하고 있다. 첫째는 AI 인프라 구축 열풍이다.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기업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외에도 오케스트레이션, GPU 클러스터 에지(Edge)단의 추론, 네트워킹 스택, 스토리지 서비스, 가상화 계층 구동에 필수적인 CPU를 대거 필요로 한다. GPU 하드웨어 가용성이 개선되면서 CPU 수요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역시 AI와 범용 칩에 사용되는 첨단 기판과 패키징 재료의 수급 압박이 심해지며 리드 타임(납기)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및 서버용에 사용되는 고다층 코어 기판 등 고급 패키징 기판의 세계 수급이 악화된 것이 치명적이다.
둘째는 기업용 PC 교체 주기의 본격적인 도래다. 윈도11 운영체제가 TPM 2.0 및 최신 CPU 기능 세트를 요구함에 따라 기업들은 노후된 PC를 의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IDC와 가트너(Gartner)는 이러한 교체 주기가 여러 분기에 걸쳐 지연된 이유로, IT 구매자들이 대규모 시스템 도입 시 최첨단 기술보다는 안정성이 검증된 플랫폼을 선호하는 경향을 꼽았다. 이 때문에 이미 기업용 이미지에 맞게 인증된 인텔7·인텔10 기반 시스템으로 주문이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SKU의 리드 타임이 더욱 길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급 부족은 시장 전반에 즉각적인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유통 파트너사들은 특정 데스크톱 및 서버 부품의 리드 타임 장기화를 겪고, 입찰 과정에서 대체 제품을 제안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다. 특히 대형 OEM 업체가 물량 배정에서 우선권을 갖게 돼 독립 시스템 조립업체나 소규모 재판매업체들은 물량 확보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기업 표준 사양과 직결된 대량의 코어(Core)·제온(Xeon) 구성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불안정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송 지연, 선택 가능한 모델 제한 현상과 더불어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공급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사들은 △구성 사양 조기 확정 △메모리·스토리지 옵션의 유연한 선택 △시스템 조기 확보를 위한 동급 SKU 구매 등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처지다. 일부 기관은 위험회피 차원에서 경쟁사 플랫폼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으나 재검증이나 이미지 업데이트 등에 따르는 전환 비용이 단기적인 물량 확보 이점을 상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8A 공정 전환'으로 공급난 타개 시도
인텔은 병목현상 해소를 위해 단기·장기 대응책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업계 전반의 웨이퍼 물량 재배분, 제품 믹스(product mix) 미세 조정, 외주 조립 및 테스트(OSAT) 파트너사와 외부 팹(파운드리)을 활용해 패키징 생산량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판 공급처 다변화와 추가 공급업체 인증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조치가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기업용 SKU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리드 타임 단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속한 공정 전환에 승부수를 띄웠다. 인텔 경영진은 2026년부터 '인텔 18A' 공정 기반의 첫 PC 칩인 팬서 레이크(Panther Lake)가 "설계대로 작동 중"이며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 뒤를 이어 노바 레이크(Nova Lake)로 이름 붙인 차세대 데스크톱 아키텍처도 준비 중이다. 또한 내부 공정 확장에 따른 생산능력 관리를 위해 최신 설계의 특정 '타일(tile)'에는 외부 파운드리(주로 TSMC) 물량을 혼용하는 실용적인 방식도 채택했다. 인텔은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면, 구형 공정 라인의 압박을 해소하고 현재와 같은 수요 급증에 대응할 여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에 현시점은 매우 미묘하다. 경쟁사 AMD가 데이터센터와 기업용 데스크톱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현재 AI 수요로 인해 극심한 압박을 받는 동일한 기판·패키징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AMD·TSMC 등 경쟁사들도 동일한 기판·소재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전체 시장의 병목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머큐리 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은 여전히 전 세계 x86 CPU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PC 교체 주기라는 대형 호재 속에서 발생한 사소한 재고 부족일지라도 곧바로 계약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의 부진에도 인텔의 칩이 주류 PC와 서버 시장 전반에서 공급이 부족할 만큼 뜨거운 수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현재의 핵심이다. AI 인프라 투자와 윈도11 교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한, 구매자들이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려야 할지는 차세대 공정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인기 제품 라인의 공급을 원활히 하는 인텔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이번 공급난은 세계 IT·전자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초점] 테슬라, 머스크 ‘1조달러 보상안’ 부결 시 내부 CEO 검...](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51029085630000369a1f3094311751161607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