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5% 경쟁사 두 배 넘어…광고 매출 급증에 시총 4700억 달러
이미지 확대보기'디 인포메이션'이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업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는 3분기 매출 115억 1000만 달러(약 16조 4700억 원)를 올리며 월트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를 큰 폭으로 앞질렀다.
매출·성장률 모두 압도
기업 공시 자료를 보면 넷플릭스 분기 스트리밍 매출은 디즈니 약 2배, WBD 4배에 이른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꾸준히 성장하며 분기마다 7억~10억 달러(약 1조~1조 4300억 원)씩 매출을 늘렸다.
더 주목할 점은 성장률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8개 분기 동안 평균 15%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디즈니와 WBD 성장률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 리서치 기업 모펫네이선슨이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디즈니와 WBD는 올해 하반기에도 성장률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넷플릭스 그렉 피터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광고 매출이 2배 이상 늘 것"이라며 "지금 성장세로 보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성장세가 역설이라고 분석한다. 보통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성장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가입자 3억 100만 명을 확보했다. 반면 디즈니는 올해 6월 말 기준 1억 5600만 명, WBD는 1억 2570만 명에 그쳤다.
경쟁사들 고전…수익성 확보에만 집중
디즈니와 WBD는 최근 성장보다 수익성 확보에 힘을 쏟으면서 매출 증가세가 꺾였다. 디즈니는 지난 12개월 동안 매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말 인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합작법인으로 바꾸면서 생긴 회계 조정 탓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봐도 가입자 증가세가 꺾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 부작용으로 본다.
WBD는 신규 해외 시장 진출로 가입자 늘리기에서는 선전했으나, 매출 성장은 더디다. WBD가 올해 2분기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신규 진출 시장 평균 가격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가입자가 늘어도 매출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 미국에서는 통신사나 케이블TV 회사가 HBO 맥스를 자사 상품과 묶어서 팔고 있다. HBO 맥스 단독 가격이 월 20달러인데, AT&T 같은 통신사가 자사 인터넷과 묶어서 팔면 HBO 맥스는 월 10달러에 제공된다. WBD는 이렇게 묶음 판매로 팔면 단독 판매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게 된다. 가입자 한 명한테서 받는 평균 돈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WBD 데이비드 재슬라브 최고경영자는 최근 골드만삭스 주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소비자들이 10년 전보다 콘텐츠에 훨씬 적은 돈을 낸다"며 "멀리 보면 가격을 올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성공 비결…차별화한 가격 전략과 광고
모펫네이선슨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를 보면 넷플릭스 성공 요인은 차별화한 가격 전략에 있다. 넷플릭스 광고형 최저가 요금제는 월 7.99달러로 경쟁사보다 2~3달러 싸다. 이로써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쉽게 끌어들인다.
반면 최상위 요금제는 경쟁사보다 비싸다. 모펫네이선슨 로버트 피시먼 분석가는 보고서에서 "이런 가격 구조로 넷플릭스는 가격 민감도가 가장 낮은 고가치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BD는 이번 주 HBO 맥스 최상위 가격을 월 23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는데, 넷플릭스 최상위 요금제보다 2달러 낮은 수준이다.
광고 사업도 넷플릭스 주요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터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광고 매출이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아직 구독 매출에 견줘 작은 규모이나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 22일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 25억 5000만 달러(약 3조 6500억 원), 영업이익 32억 5000만 달러(약 4조 6600억 원)를 기록했다.
광고계 일부에서는 걱정도 나온다. 광고 대행사 인터미디어 광고 데이비드 뉴렌버그 수석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과 달리 광고주들한테 중요한 데이터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넷플릭스에 TV 광고를 내면, 디즈니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는 '광고를 본 사람 중 몇 명이 실제로 삼성 TV를 샀는지' 같은 구체 데이터를 광고주한테 알려준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렌버그 부사장은 또 "넷플릭스 광고 단가가 다른 곳보다 비싼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넷플릭스 시청자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멀리 보면 광고주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본다.
경쟁사들 대응 전략
디즈니와 WBD도 내년 반전을 노린다. WBD는 2026년 HBO 맥스를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시장은 미국과 비슷한 가격대를 매길 수 있어 매출 늘리기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즈니는 최근 ESPN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으며 스포츠 콘텐츠를 강화했다.
넷플릭스는 시가총액 4700억 달러(약 674조 원)로 디즈니의 2배, WBD의 몇 배에 이르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홀로 앞서 있음을 보여준다. 디즈니는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가 2026년 말 물러날 예정이어서 뒤를 이을 최고경영자한테 성장 회복이라는 숙제가 주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