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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볼티모어 다리 붕괴 소송 기각 신청…"美 법원 관할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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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볼티모어 다리 붕괴 소송 기각 신청…"美 법원 관할권 없다"

2조8000억 원대 배상 공방…선주 측 '배전반 설계결함' 주장에 정면 반박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미국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붕괴 사고를 놓고 선주 측이 낸 수십억 달러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국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미국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붕괴 사고를 놓고 선주 측이 낸 수십억 달러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국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사진=로이터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미국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붕괴 사고를 놓고 선주 측이 낸 수십억 달러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국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미국 법률 전문 매체 로360과 펜실베이니아 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2(현지시각) 법원에 소송 기각 신청서를 냈다고 이머리니뉴스가 27일 보도했다.

미국 법원 관할권 정면 부인…"10년간 수익 없어"


HD현대중공업은 소송 기각 신청서에서 본사가 한국에 있으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현재 어떤 사업 활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최소 10년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수익을 올린 적이 없다""법원이 이 소송을 심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원고인 선주 그레이스 오션 프라이빗과 운항사 시너지 마린은 HD현대중공업이 한국 기업이지만, 펜실베이니아주에 등록했다며 외국 기업 등록 번호를 근거로 관할권 문제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소송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주 측 '배선 결함' 주장…사고 12시간 전 4차례 정전


선주 측은 지난 731일 펜실베이니아 동부지방법원에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HD현대중공업이 설계한 배전반에 배선 연결이 느슨해지는 결함이 있었고,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정상 운항 중에도 연결이 끊어질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설계 결함 때문에 배전반과 선박 자체가 인도 당시부터 위험하고 결함 있는 상태였다""배전반 설계와 제조 과정의 중대한 결함이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올해 3월 보고서에서 달리호가 사고 12시간 전부터 4차례 전원을 잃었다고 밝혔다. 첫 정전은 지난해 325일 항구 정비 중 발생했고, 곧이어 두 번째 정전이 이어졌다. 달리호는 26일 오전 030분께 스리랑카 콜롬보로 향하려고 컨테이너 4680개를 싣고 볼티모어 시거트 마린 터미널을 떠났다. 선장은 선박이 "정상 작동 중"이라고 보고했지만, 항해 도중 다시 전원을 잃었다.

NTSB와 해안경비대로 구성된 조사팀은 지난해 6월 주 차단기와 관련한 제어 회로 차단을 확인했다. 이후 보고서에서 변압기와 계전기 배선을 조사한 결과 배선 연결이 느슨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은 이런 상태가 개방 회로를 일으켜 배전반 고압 측에서 110V DC 전원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엔지니어들은 이것이 저전압 해제 트립을 일으켜 440V 전원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뒤이은 시험에서 입증했다고 밝혔다.

인도 9년 지난 선박…보증 만료·정비 소홀 '유리한 카드'


HD현대중공업은 관할권 문제 말고도 여러 유리한 법적 방어 포인트를 확보하고 있다. 사고 선박 달리호는 지난 20147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를 시작해 20153월 인도했다. 선박 보증기간은 보통 인도 뒤 1년인데, 사고 당시 이미 보증기간이 끝난 상태였다. 또 선주 측이 사고 전 정비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도 앞으로 소송에서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사고는 지난해 326일 오전 130분께 스리랑카로 향하던 컨테이너선 달리호가 볼티모어항을 떠나던 중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와 부딪혀 터졌다. 이 사고로 다리가 대규모로 무너져 6명이 숨졌으며, 잔해와 5만 톤에 이르는 다리 파편이 수로를 막아 볼티모어항 모든 해운이 멈췄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선주 측을 상대로 정리 비용 1300만 달러(1470억 원) 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선주 측은 지난해 101200만 달러(1460억 원)를 내기로 합의했다. 다리를 다시 짓는 비용은 약 20억 달러(28600억 원)로 추산되며, 메릴랜드주가 따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새 다리는 오는 2028년 열릴 예정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