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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구글·엔비디아,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AI 패권, 우주 궤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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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구글·엔비디아,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AI 패권, 우주 궤도로

AI 막대한 전력 소모, 지구 밖 태양광으로 해결
엔비디아 'H100' 우주행…스페이스X, 저가 발사비용이 관건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엔비디아와 구글이 AI 시대에 급증하는 연산 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의 무대를 지구 밖 우주 궤도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 엔비디아가 자사의 주력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궤도에 올린 지 불과 이틀 만에 구글이 TPU(텐서 처리 장치) 칩 투입을 선언, 기가와트(GW)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현지 시간 11월 2일, 엔비디아는 자사의 강력한 H100 GPU를 사상 처음으로 궤도에 성공적으로 보내며 AI 인프라의 우주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불과 이틀 뒤인 4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구글의 TPU 칩 역시 곧 우주로 향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피차이 CEO의 발표에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창립자는 "확실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화답했다. 스페이스X는 구글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로켓 발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는 현 추세는, 구글의 '궤도 컴퓨팅 망' 구상을 단순한 공상을 넘어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갖춘 현실적 목표로 만들고 있다.

구글, '태양광 AI'로 지구 자원 한계 넘는다


구글은 11월 4일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를 전격 공개했다. 이는 상호 연결된 위성군을 이용해 태양광으로 구동되는 세계 최초의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AI 연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지구 저궤도(LEO)의 태양광으로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위성 간 광통신으로 AI 집적망을 형성해 24시간 지속 가능한 AI 연산을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AI 기술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 문제를 우주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구글은 맞춤 설계된 TPU 처리기를 탑재한 위성 망을 우주에 배포하고, 하락하는 발사 비용을 지렛대 삼아 비용 효율적인 현실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이 구상을 검증하기 위해 이미 위성 이미징 전문 기업 '플래닛(Planet)'과 제휴했으며, 2027년 초까지 2기의 시제품 위성을 궤도에 발사할 예정이다.

피차이 CEO는 "'프로젝트 선캐처'는 지구 밖의 풍부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확장 가능한 우주 기반 머신러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며 "궤도에서 지속적인 태양광 기반 AI 연산을 통해 지구의 자원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초기 시험 결과가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입자 가속기로 저궤도 방사선 조건을 모의실험한 결과, '트릴리움(Trillium) TPU'가 강력한 내방사선성을 입증하며 모든 시험을 손상 없이 통과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관련 연구 논문을 통해 경제적 타당성도 제시했다. 스페이스X의 발사 비용이 2035년경 목표치인 킬로그램(kg)당 약 2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다면,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은 킬로와트(kW)당 연간 약 810달러로 지상 데이터센터와 비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발사 비용이 특정 임계점 이하로 낮아지면 지구가 아닌 우주가 데이터센터 배포에 더 효율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현재 발사 비용은 이 기준치보다 10배 이상 높다. 구글의 이러한 예측은 총 탑재 하중이 두 배 증가할 때마다 단위 비용이 약 20% 하락한다는 스페이스X의 '학습 곡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스페이스X가 사실상 구글의 궤도 컴퓨팅 구상의 성패를 쥔 '핵심 조력자'인 셈이다.

엔비디아, 5GW 궤도 센터 '맞불'…10년 내 우주 건설


한편, 구글보다 앞서 H100 GPU를 우주로 보낸 임무는 엔비디아 '인셉션(Inception)'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신생기업 '스타클라우드(Starcloud)'가 수행했다. 스타클라우드는 H100 GPU를 탑재한 약 60kg 규모의 인공위성형 데이터센터 '스타클라우드-1(Starcloud-1)'을 준비 중이며, 지구 대기권 밖에서 데이터센터급 연산력을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훈련, 미세 조정, 추론 등 모든 영역에서 엔비디아 칩이 독보적인 성능을 제공하기에 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스타클라우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GPU 또한 궤도에 투입, 약 4km 길이에 달하는 5기가와트(GW) 규모의 궤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우주의 자연 진공 상태를 활용한 냉각과 무한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지상 데이터센터 대비 에너지 효율 및 냉각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스타클라우드의 필립 존스턴 CEO는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는 우주에 건설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AI 시대에 급증하는 연산 수요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글과 엔비디아의 경쟁이 우주 태양광 기반 데이터센터 건설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가 앞으로 AI 산업의 핵심 기반 시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