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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반도체 자립, 'ASML 장벽' 넘기 총력…사이캐리어·SMEE·아미스 3각 편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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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반도체 자립, 'ASML 장벽' 넘기 총력…사이캐리어·SMEE·아미스 3각 편대 부상

DUV·SAQP로 '5nm' 시도…수율 33%·고비용 '발목'
ASML 'LPP' 대항 LDP 기술 개발…'10년 격차' 2030년도 '난관'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중국이 반도체 자립화를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5nm(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리소그래피(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나, EUV(극자외선) 장비의 중국 수출이 미국과 네덜란드의 수출 제한으로 원천 차단되면서 가장 큰 난관으로 부상했다고 IT전문 매체 트렌드포스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25년 3분기 ASML 매출의 42%가 중국에서 발생한 사실은, 중국이 이 거대 기업의 구형 DUV(심자외선) 장비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SiCarrier(사이캐리어), 상하이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이큅먼트(SMEE)와 그 자회사인 AMIES(아미스)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며 중국의 '리소그래피 굴기'를 주도하고 있다.

DUV 한계에도 'SAQP'로 5nm 도전…현실은 '낮은 수율'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2022년 설립된 사이캐리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세미콘 차이나'에서 다양한 팹(Fab) 장비를 선보인 데 이어, 리소그래피 시장 진출 소문으로 업계의 중심에 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이캐리어는 2023년 말 DUV와 SAQP(자기 정렬 쿼드러플 패터닝) 기술을 결합해 EUV 없이 5nm급 성능을 구현하는 특허를 확보했다.

하지만 13.5nm 파장의 EUV와 달리 193nm(ArF) 또는 248nm(KrF) 파장의 DUV를 여러 번 노광하는 이 방식은 정렬 오류에 따른 불량률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한계가 있다. WCCF테크는 기관 투자자 데이터를 인용, 2025년 개발 완료 예정인 SMIC의 5nm 웨이퍼 수율이 33%에 불과하며, 생산 비용은 TSMC보다 최대 50%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DUV 기반 공정이 갖는 명확한 한계다.

수율 문제에도 중국산 DUV 장비 개발은 계속 이어진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9월, SMIC가 사이캐리어와 연관된 것으로 전해진 상하이 스타트업 '위량성(Yuliangsheng)'의 DUV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장비는 28nm DUV 장비지만, 멀티 패터닝 기술을 통해 7nm 칩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낮은 수율을 감수하면 5nm 제조도 가능할 수 있으나, 일부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스톰 미디어는 유튜브 채널 '레이븐의 웃음'을 인용, 위량성이 3대의 리소그래피 장비를 생산해 3개 팹에 테스트 및 보정(캘리브레이션)을 위해 납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술 격차는 명확하다. 톰스 하드웨어는 이 장비가 2008년 32nm급 공정용이었던 ASML의 '트윈스캔 NXT:1950i'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7nm와 5nm 첨단 공정을 위해 개발된 ASML의 'NXT:2000i'와는 여러 세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톰스 하드웨어는 SMIC가 2027년까지 이 장비를 28nm 공정에 통합하더라도, 10nm 이하 생산은 2030년 이전에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에는 SMEE와 아미스도 뛰어들었다. FT는 SMEE를 또 다른 주자로 꼽았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SMEE는 2023년 말 28nm 장비 개발 성공을 소셜 미디어에 잠시 게시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STCN은 SMEE의 90nm용 600 시리즈 리소그래피 시스템이 양산에 들어갔으며, 현재 28nm 이머전(액침)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SMEE의 자회사인 아미스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아미스의 주력 제품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리소그래피 시스템은 중국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3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플립 칩(Flip Chip), 팬아웃(Fan-out) WLP/PLP, 2.5D/3D 통합 등 하이엔드 칩 패키징을 지원한다.

ASML 'LPP' 독점, 'LDP' 기술로 깬다…EUV 자립 '승부수'


ASML의 EUV 장비가 원천 차단되자, 중국이 '대안적 플라스마 생성'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ASML의 LPP(레이저 생성 플라스마) 방식은 주석 방울에 고에너지 레이저를 발사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WCCF테크는 3월, X(구 트위터) 정보원들의 이미지를 인용해 화웨이 둥관 시설에서 LDP(레이저 유도 방전 플라스마)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하얼빈 프로빈셜 이노베이션이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이 방식은, 전극 사이의 액체 주석을 기화시킨 뒤 고전압 방전을 통해 핵심적인 13.5nm 파장의 EUV 빛을 생성한다.

중국 매체 비즈니스 모닝은 LDP가 전극의 과도한 열 부하와 심각한 부식 문제를 완화해, 기존 DPP(방전 생성 플라스마) 방식보다 운영 수명이 길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LDP가 여전히 ASML의 LPP 방식에 비해 성능과 신뢰성 측면에서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LDP 방식은 설계, 전력 소비, 비용 측면에서 LPP보다 유리할 수 있으나, 성능과 안정성에서 아직 ASML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자체 EUV 장비를 2025년 시험 생산, 2026년 대량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이는 ASML 장비보다 단순한 설계와 높은 전력 효율을 특징으로 한다.

중국 기업들이 DUV 장비 분야에서 격차를 일부 좁히고는 있으나, ASML의 EUV 생태계를 복제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의 R&D와 글로벌 공급망의 뒷받침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고성능 리소그래피 기술에서 10~15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이캐리어, SMEE, 아미스와 같은 기업들의 부상은, 중국이 가장 어려운 기술 장벽 중 하나를 허물기 위해 단호한 의지를 다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 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