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클레오 영국 20기 건설 백지화 검토…中 추격에 美 시장으로 '대탈출'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뱅킹앤파이낸스리뷰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소형모듈원자로(SMR) 스타트업 뉴클레오가 영국에서 추진하던 160억 유로(약 26조9500억 원) 규모 원자로 20기 건설 계획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규제 완화에 유럽 기업 몰려
스테파노 부오노 뉴클레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파리에서 열린 세계원자력전시회(WNE)에서 로이터통신에 "현재 미국엔 투자를 장려하는 많은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원자로당 투자 비용이 약 8억 유로(약 1조3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만 회사 측은 "최종 투자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결정 전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원전 국내 생산을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규제를 축소하고 신규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도 에너지 집약형 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더딘 발전 속도와 대조를 이룬다. 유럽에서는 인허가가 미국보다 2~3배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본사를 옮긴 뉴클레오는 미국에서 연료 생산 관련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네덜란드 스타트업이자 SMR 제조업체인 토리존도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빨리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다. 산더 더그루트 토리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WNE에서 로이터통신에 이같이 밝혔다.
원전 연료 공급업체도 美 시장 공략
유럽의 원전 연료 생산업체 두 곳인 프랑스 오라노와 다국적 기업 우렌코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새로운 농축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보리스 슈흐트 우렌코 CEO는 "많은 고객, 특히 미국 고객들이 우리의 생산능력 확대 프로그램에 장기 계약으로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렌코는 뉴멕시코에 연간 약 430만 톤의 우라늄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 중이며, 2027년까지 70만 톤의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슈흐트 CEO는 필요할 경우 최대 200만 톤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SMR 산업, 중국·캐나다 추격에 위기감
유럽 SMR 기업들은 이미 SMR을 생산하고 대량 생산을 추진 중인 중국이나 피커링 원전에서 첫 시제품을 개발 중인 캐나다 같은 경쟁국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 약 100기가와트(GW)에서 400GW로 4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백악관은 18개월 이내 신규 원자로 건설·운영 인허가를 완료하고 12개월 이내 기존 원자로 지속 운영 인허가를 처리하도록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지시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글로벌 SMR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히런트마켓인사이츠는 SMR 시장 규모가 2025년 60억 9000만 달러(약 8조 8700억 원)에서 2032년 77억 달러(약 11조22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북미가 2025년 시장 점유율 34%로 가장 높지만, 유럽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의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투자 환경이 유럽 원전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 SMR 산업동맹을 출범시키고 2030년대 초 구체적 프로젝트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의 빠른 행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