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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결제 카드 따라 가격 달라질 수도”…美 비자-마스터카드 합의로 소비자 부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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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결제 카드 따라 가격 달라질 수도”…美 비자-마스터카드 합의로 소비자 부담 논란

지난 2020년 10월 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0년 10월 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매장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카드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각) 전망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미국 가맹점 단체와 진행해온 오랜 반독점 소송에서 수수료 체계를 일부 완화하는 합의가 나오면서다.

WSJ은 양사의 합의가 미국 법원에서 최종 승인되면 매장이 결제 수단에 따라 서로 다른 조건을 적용할 수 있게 되고 카드 등급별로 다른 추가요금을 붙이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매장들이 카드 발급은행에 지불하는 비용인 ‘인터체인지 수수료’, 즉 가맹점이 카드 발급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다. 그동안 비자나 마스터카드와 계약한 매장은 브랜드에 속한 모든 카드를 받아야 했는데 이번 합의가 시행에 들어갈 경우 매장이 카드 종류별 선택 수용이 가능해진다는 것.

다만 시장에서는 실제로 특정 카드만 골라서 거부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는 “카드 등급 분류가 넓게 묶여 있어 매장들이 일부 등급만 따로 거부하는 방식은 흔치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에게 더 직접적인 변화는 ‘서차지(추가요금)’ 도입 가능성이다. 매장들이 카드 등급에 따라 다른 추가 비용을 더할 수 있게 되면 기본형 카드와 리워드 카드 사이에 결제 부담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차지란 특정 결제수단을 사용할 때 ‘추가로 부과되는 금액’으로 카드 결제는 현금보다 가격을 조금 더 붙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높은 추가요금이 붙을 경우 결제 방식을 바꾸겠다고 답해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사의 합의안에는 향후 5년에 걸쳐 평균 0.1%포인트의 수수료 인하 조치도 담겼다. 수수료 인하 폭이 크지 않아 카드사가 공항 라운지 혜택이나 여행 리워드 같은 기존 서비스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매장들이 수수료가 낮은 결제 수단을 유도할 경우 카드사는 고소비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리워드 경쟁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사 간 합의는 법원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과거 일부 가맹점 단체가 조건을 문제 삼아 반대한 사례가 있어 향후 절차가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