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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인재 부족"...H-1B 비자 10만 달러 인상 후 외국인력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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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인재 부족"...H-1B 비자 10만 달러 인상 후 외국인력 필요성 강조

현대차·LG 조지아 공장 단속 논란 속 "배터리 전문가 교체 불가" 발언
미 상공회의소 소송 제기…MAGA 지지자들 "배신"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련된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행정부가 H-1B 비자 신청비를 10만 달러(약 1억4690만 원)로 대폭 올린 뒤 나온 발언이어서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현지시각)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에는 특정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진행자 로라 잉그램이 H-1B 비자 발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나온 답변이다.

잉그램이 "미국에는 이미 충분한 인재가 있다"고 반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실업자를 데려다가 공장에 투입해 미사일을 만들라고 할 수는 없다""사람들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단속 사건과 관련해 나왔다. 지난 94일 이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 이뤄져 475명이 불법 체류 혐의로 구금됐다.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에서 단속을 한 건 불법 이민자를 찾기 위해서였다""평생 배터리를 만들어온 한국인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터리 제조는 매우 복잡하고 위험하다. 폭발도 많고 문제도 많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나라가 100억 달러(146900억 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는데, 5년간 일하지 않은 실업자를 데려다 미사일을 만들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19H-1B 비자 신청비를 10만 달러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9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H-1B 비자는 미국 기업들이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 사용하는 비자로, 특히 테크 기업들이 많이 활용한다. 이전 신청비는 2000~5000달러(293~735만 원) 수준이었다.

이 조치에 미국 상공회의소는 지난 1016일 소송을 제기했다. 상공회의소는 "10만 달러 신청비가 미국 기업,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H-1B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조지아 단속 사건 이후 한국 정부에 미국이 여전히 한국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안심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숙련 인력이 미국에 와서 제조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 후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도시에 군대를 배치해 이민국을 지원하면서 미국 내 인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핵심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에서 활동하는 MAGA 인플루언서 사바나 에르난데스는 "실망스럽다""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선출한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우선주의' 논평가 매트 모스는 "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H-1B 비자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를 즉시 해고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인재가 없다'고 말한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자칭 '미국 민족주의자' 에반 킬고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H-1B 비자를 받은 인도 출신 근로자들 때문에 미국인을 배신했다""모든 것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MAGA 지지자들은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기조였던 만큼, 외국인력 유입 확대 발언이 자신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고비용 H-1B 비자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외국인 숙련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순된 행보로 평가된다. 미 국토안보부는 2026년부터 H-1B 비자 추첨 방식을 임금 기반 선발로 전환할 계획이며, 법원의 소송 판결이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예상돼 비자 정책의 향방이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