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00달러 관세 환급' 공약...6,000억 달러 재정 구멍 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수입을 활용해 국민 대다수에게 2,000달러(약 293만 원)씩 '관세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전문가들은 이 공약이 연방 재정적자를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배런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이 계획이 연간 6,000억 달러(약 880조 원)에 이르는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소셜미디어에 "최소 2,000달러의 배당금을 모든 사람에게 지급할 것"이라며 "고소득층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그는 "배당금 지급 후 남은 돈은 국가 부채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정 전문가들은 이 계획에 회의적이다. 초당파 비영리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는 특정 조건에서 이 배당금이 연방 정부에 6,000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위원회는 코로나19 기간 가계 지급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배당금이 지급될 것으로 가정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중 10월까지 관세로 징수한 금액은 3,092억 달러(약 453조 원)다. 전년 동기 1,654억 달러(약 242조 원)보다 1,438억 달러(약 210조 원) 늘어난 수치다. 9월 30일로 마감된 2025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1,950억 달러(약 286조 원)를 징수했다.

매년 2,000달러씩 배당금을 지급한다면 10년간 6조 달러(약 8,800조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관세 수입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방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주 대법원 구두변론에서 여러 대법관은 행정부가 비상 권한을 활용해 관세를 부과한 것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정부는 세금을 납부한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환급해야 할 수 있다.

NBC 뉴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는 트럼프 대통령이 생계비 문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케빈 하셋은 11일 기자들에게 "여름에 이 문제를 연구했을 때는 적자 축소가 관세 수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맨해튼 연구소 선임 연구원 제시카 리들은 "관세로 기준치보다 1,100억 달러(약 161조 원)가 추가 발생했는데, 이는 6,000억 달러의 세금 환급을 정당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수치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금 재단의 에리카 요크 부회장은 소셜미디어에 "고소득층 기준을 연소득 10만 달러(약 1억 4600만 원)로 잡으면 약 1억 5,000만명이 배당금을 받게 돼 비용이 3,000억 달러(약 440조 원)에 달한다"며 "자녀도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세로 900억 달러(약 132조 원)의 순수입이 발생했는데 이는 트럼프가 제안한 3,000억 달러 환급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1일 관세 배당 제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000달러 배당금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팁 면세, 초과근무 면세, 사회보장 면세 등 대통령의 의제에 있는 세금 감면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조쉬 홀리 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7월 성인과 부양 자녀 1인당 최소 600달러(약 88만 원) 환급 수표를 보내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 법안은 아직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3%였다. 2025년 적자는 GDP의 5.9%, 즉 1조 8,000억 달러(약 2,640조 원)로 예상된다. 국민이 보유한 연방 부채는 GDP의 거의 100%에 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