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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1억 대 'V2G'로 10억 kW 전력 확보 박차…2027년 충전소 5천 곳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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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1억 대 'V2G'로 10억 kW 전력 확보 박차…2027년 충전소 5천 곳 목표

국가 주도 대규모 투자, 高비용·배터리 불안 극복 여부가 상업화 성공 열쇠
중국이 주차된 전기차를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해 전력망 안정화에 쓰려는 야심 찬 ‘V2G(Vehicle-to-Gri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주차된 전기차를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해 전력망 안정화에 쓰려는 야심 찬 ‘V2G(Vehicle-to-Gri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미지=GPT4o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을 가진 중국이 주차된 전기차를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해 전력망 안정화에 쓰려는 야심 찬 ‘V2G(Vehicle-to-Grid)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지난 12(현지시각) 레스트 오브 월드가 전했다.

수천만 대에 이르는 전기차를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하여 석탄 의존도를 줄이고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피크 시간대에 전력을 그리드(Grid, 전력망)에 되팔아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높은 비용과 소비자 저항 등의 문제로 10년 넘게 소규모 시험 단계에 머물러 온 다른 선진국들과 대비되어 주목받는다. 중국 정부는 2027년까지 5000곳의 양방향 충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 의지와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0억 킬로와트' 전력, 국가 주도 투자로 돌파 추진


중국 당국은 전기차 보유 대수가 4000만 대에 이르며, 오는 2030년에는 1억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방대한 전기차 무리를 활용해 V2G 시스템을 널리 도입하면 10억 킬로와트(kW)의 전력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관료들은 내다본다. 이는 전력 피크 수요에 대응하며 석탄 중심의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다.

V2G는 주차된 전기차에 장착된 양방향 충전기를 이용해 야간 등 전기료가 쌀 때 전력을 충전하고, 수요가 치솟아 가격이 비쌀 때 다시 전력망으로 되팔아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기술이다. 미국 에너지부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는 시간의 95%를 주차된 채 보내므로, 이처럼 유휴 시간을 이용해 차주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한 9개 도시에 최소 30곳의 V2G 충전소를 설치했다. 중국 전역에 있는 총 2800만 대의 충전 설비 중 2027년까지 5000곳을 양방향 충전소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V2G 기술은 일본, 한국, 영국, 미국을 포함한 27개국에서 150개가 넘는 시범 사업이 10년 넘게 소규모에 머물러 왔다. 기술적 이론상으로는 유익함에도 높은 비용, 소비자 저항, 그리고 일관성이 없는 전기 요금 체계 같은 시장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교통 연구소의 전기차 전문가인 앨런 젠(Alan Jenn) 박사는 레스트 오브 월드에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선두 주자이지만, V2G 배치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다른 대부분의 국가와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훨씬 크기 때문에 V2G가 다른 나라보다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배터리 수명 불안' 등 소비자 저항과 비즈니스 모델 부재의 이중고

중국 당국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도 V2G 상업화에는 여러 장벽이 남아 있다.

우선, 기술적인 장벽이다. 현재 BYD, 니오(Nio), GAC 아이온(Aion) 등 주요 중국 자동차 제작사들은 V2G 기능을 갖춘 모델을 소수만 생산하고 있어, 당장 V2G로 활용할 수 있는 차량 대수에 제한이 있다.

다음은 경제성 문제다. 양방향 충전소 한 곳의 설치 비용은 2100 달러(305만 원)에서 2800 달러(407만 원)에 달하며, 이는 일반적인 단방향 충전기보다 두세 배 비싸다. 배터리 컨설팅 업체인 리얼라이 리서치(RealLi Research)의 모 커(Mo Ke) 창업자는 레스트 오브 월드와 인터뷰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지금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는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큰 장벽으로 남아 있다. 잦은 충전과 방전이 고가인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올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리포트도 배터리 수명 저하를 V2G 잠재적 이용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앨런 젠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드웨어 측면의 기술적 준비 상태를 이야기하지만, 소비자와 개인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것도 그만큼 혹은 더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축소와 국영 전력 시장 개혁이 성패 좌우


V2G의 경제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범 운영에서는 높은 수익이 확인되기도 했다. 올해 정부가 실시한 시험에서 전기차 차주는 전기료가 싼 심야에 전력을 사고, 피크 시간대에 되팔아 한 달에 약 200 달러(29만 원)의 충전료 할인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전의 한 전기차 차주인 리자웨이(Jiawei Li)V2G 주차장에 차를 이틀간 주차해 1400위안(28만 원)의 충전 크레딧을 벌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밝혔다. 이 돈은 1년치 충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그가 이용한 주차장은 프로모션 요금으로 전력 구매 서비스를 시험하는 곳이었고, 이 요율이 영구히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결국 V2G의 상업화 성패는 중국의 전력 가격 체계 개혁에 달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여전히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며, 국영 전력망은 수년간 시장 중심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전기 가격의 변동 폭이 작다. 이는 시장 중심 가격을 도입해 가격 변동 폭이 큰 미국 캘리포니아 등과 대비된다.

V2G 스타트업인 링크버텍스(Lynkvertx)를 창업한 친 위디(Qin Yudi)"가격 결정 구조가 국가 통제 아래 있어 V2G 기술 개발에 강력한 동기를 느끼는 정책 입안자가 적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장벽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V2G 기술 표준을 도입하고, 시장 중심의 가격 결정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 관료들도 자체적인 가격 제도를 시험하고 있다.

친 위디 창업자는 V2G가 상업적인 이익을 내기까지 3년에서 4년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V2G의 미래는 확실히 와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가 그랬던 것처럼 V2G도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평가는 수년에 걸친 보조금 지급과 정책 변화 끝에 중국이 전기차 시장의 세계적인 선두 주자가 되었던 경로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원유 수요 감소 가속화 및 재생에너지 간헐성 해소 기대


V2G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중국의 에너지 소비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유 수요를 대체하는 독특한 에너지 전환 경로를 걷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휘발유와 디젤 등 석유 제품 수요 증가폭이 둔화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보며, V2G로 인한 전기차 대중화는 이 탈원유 흐름을 더욱 가속할 것이다. 또한, V2G를 통해 확보되는 대규모 분산형 에너지 저장 용량은 중국이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는 태양광 및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완화해 전력망 안정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