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실리콘 디코드] 젠슨 황 "칩 싸움은 끝났다"…5000억 달러 'AI 제국' 선포

글로벌이코노믹

[실리콘 디코드] 젠슨 황 "칩 싸움은 끝났다"…5000억 달러 'AI 제국' 선포

"블랙웰 재고 충분"…공급난·거품론 정면 돌파
차세대 '루빈', 데이터센터 투자금 63% 독식한다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AI 반도체 시장의 게임의 법칙을 완전히 새로 썼다. 그는 경쟁의 본질이 더 이상 '누가 더 빠른 칩을 만드느냐'가 아닌, '누가 더 거대한 AI 인프라를 구축하느냐'로 이동했음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5000억 달러(약 734조 원) 규모의 매출이 가시화된 'AI 플랫폼 제국'을 완성하겠다는 야심 찬 선전포고다. 황 CEO는 일각의 공급 부족 우려와 AI 거품론을 정교한 공급망 관리와 압도적인 생태계 장악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칩 넘어 '인프라 전쟁'으로


젠슨 황 CEO는 20일(현지 시각) 디지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엔비디아의 전략이 개별 반도체 성능 경쟁을 넘어섰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오늘날의 경쟁은 고립된 칩(isolated chips) 간의 싸움이 아니라, 복잡한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고도로 숙련된 팀 간의 대결"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현대의 AI 연산이 단일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아닌, 수천 개의 칩과 메모리, 네트워킹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서버 랙(Rack)'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쿠다(CUDA) 플랫폼은 생성형 AI는 물론 생물학, 화학, 유전학 등 과학 시뮬레이션 영역까지 장악했다"며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해자(Moat)를 구축했다"고 자신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계열화함으로써, 고객들이 엔비디아 생태계를 떠날 수 없도록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투자액 63% 흡수…수익모델 혁명


이러한 플랫폼 전략은 구체적인 수익 모델로 증명되고 있다. 황 CEO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아키텍처인 '베라 루빈(Vera Rubin)' 세대의 수익성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컴퓨팅 파워를 구축하는 데 약 550억 달러(약 80조 원)가 소요된다면, 그중 약 350억 달러(약 51조 원)의 매출이 엔비디아로 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전체 설비 투자액(CAPEX)의 약 63%를 엔비디아가 흡수한다는 의미다. 과거 인텔이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전체 서버 비용의 일부만을 차지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지배력이다. 황 CEO는 "블랙웰과 루빈 플랫폼을 통해 향후 약 5000억 달러(약 734조 원)의 매출 가시성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확보된 현금은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공급망 강화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를 위해 재투자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블랙웰 매진, 재고 부족 아니다"


시장을 짓눌렀던 신형 칩 '블랙웰'의 공급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석을 내놨다. 황 CEO는 실적 발표 당시 언급한 '매진(sold out)' 표현에 대해 "물리적 재고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고객사들이 기존에 공급받은 칩을 최대 용량(maximum capacity)으로 가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바로잡았다.

그는 "엔비디아는 공급망 계획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incredibly well) 수립했다"며 "판매할 수 있는 블랙웰 물량을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상황은 매우 강력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TSMC와의 파운드리 협력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시장의 수요를 감당할 충분한 양산 능력을 갖췄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AI 투자가 과열됐다"는 시장 일각의 거품론을 실적과 생산 능력으로 반박했다.

오픈AI와 혈맹…'반도체 요새' 구축


젠슨 황은 엔비디아만의 '생태계 요새화' 전략으로 구글, 아마존 등이 자체 개발 중인 맞춤형 반도체(ASIC)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그는 오픈AI와의 10년 파트너십을 거론하며 "엔비디아는 오픈AI의 모든 학습·추론을 지원하며, 지분 투자를 통해 상당한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쟁사인 앤트로픽(Anthropic)은 물론 일론 머스크의 xAI,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등 최첨단 AI 모델들이 모두 엔비디아 플랫폼 위에서 구동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가 '엔트로픽(Entropic)'과 같은 전략적 인수합병(M&A)과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성장을 위한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범용 GPU의 유연성과 방대한 생태계를 앞세워, 특정 기능에 특화된 ASIC 진영이 넘볼 수 없는 진입 장벽을 치겠다는 것이다.

中 매출 여전히 '0'…리스크 상존


다만, 화려한 실적 전망 뒤에는 '중국 리스크'라는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황 CEO는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데이터센터 칩 매출 전망을 "제로(0)"로 유지했다. 그는 "워싱턴과 베이징 정부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시장 재진입을 타진하고 있다"면서도 "규제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젠슨 황 CEO의 이번 메시지는 명확하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칩 공급 우려를 잠재우고 5000억 달러(약 734조 원)라는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엔비디아의 자신감이 시장의 의구심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