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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시총 5조달러, 日 GDP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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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시총 5조달러, 日 GDP 제쳤다

美·中·獨 제외하면 지구상 최대 '경제권'…애플·MS 따돌린 1위 독주
3분기 순이익 65% 폭등…멈추지 않는 'AI 칩' 식욕이 쓴 역사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단일 기업을 넘어 주요 선진국 국가 경제 규모를 상회하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입증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상장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360조 원) 고지를 밟은 데 이어, 지난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장세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는 2024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볼 때 미국, 중국, 독일을 제외한 지구상 그 어떤 국가보다도 거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의 이 반도체 기업이 보여준 수치는 단순한 기업 성장을 넘어 전 세계 자본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국가 경제 압도하는 '엔비디아 제국'


엔비디아가 지난달 기록한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360조 원) 달성은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4조 2800억 달러(약 6300조 원)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가 일본이라는 거대 국가의 전체 경제 생산량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엔비디아보다 더 큰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독일 단 세 곳뿐이다.

이러한 경이적인 기업 가치 상승의 배경에는 이번 주 발표된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5% 급증한 319억 달러(약 46조 95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순이익이 193억 달러(약 28조 4000억 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이익 성장세다. 매출 또한 전년 대비 62% 증가하며 외형과 내실 모두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시장이 엔비디아 주식을 이토록 갈망하는 핵심 원인은 명확하다. 바로 엔비디아가 독점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즉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 폭발이다. 당초 비디오 게임 구동을 위해 설계되었던 GPU는 현재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과 이미지 생성형 AI 등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을 훈련하고 구동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AI 챗봇 사용이 대중화되고 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모델 구축과 운영에 뛰어들면서 엔비디아 칩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해졌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지칠 줄 모르는 식욕(ravenous appetite)'이 엔비디아 주가를 수직 상승시킨 주동력이다.

데이터로 입증된 '초격차'


엔비디아의 성장 속도와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하나같이 기록적이다. 이번 수요일 거래 마감 기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4조 5300억 달러(약 6668조 원)를 기록하며 S&P 500 지수 내에서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시가총액 3조 9800억 달러(약 5858조 원)의 애플과 3조 6200억 달러(약 5328조 원)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여유 있게 따돌린 수치다. 현재 S&P 500 지수 내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72조 원)를 넘는 기업이 단 9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얼마나 공고한지 알 수 있다.

주가 상승률 또한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239%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인 데 이어, 2024년에도 171% 급등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도 수요일 종가 기준 38.9%의 추가 상승을 기록 중이다. 특히 S&P 500 지수의 전체 상승분 중 엔비디아 한 종목이 기여한 비중이 10월 31일 기준 19.8%에 달한다는 S&P 다우존스 인덱스(S&P Dow Jones Indices)의 분석은 엔비디아가 미국 증시 전체를 견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가총액이 불어나는 속도 역시 전례가 없다. 엔비디아는 올해 5월 13일 시가총액 3조 달러(약 4416조 원)를 돌파한 뒤, 불과 41거래일 만인 7월 9일 4조 달러(약 5888조 원) 고지를 밟았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3조 달러(약 4416조 원) 선을 몇 차례 오가기도 했으나, 4조 달러(약 5888조 원)에서 5조 달러(약 7360조 원)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79거래일에 불과했다. 단기간에 조 단위 달러의 기업 가치를 불려 나가는 이 같은 속도는 자본시장에서 엔비디아 칩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방증한다.

기업의 성장은 수장인 젠슨 황(Jensen Huang) CEO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도 직결됐다. 포브스(Forbes)가 집계한 실시간 억만장자 리스트에 따르면, 젠슨 황의 순자산은 1620억 달러(약 238조 원)로 전 세계 부호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1위 부호인 일론 머스크(4677억 달러)와 함께 글로벌 테크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 셈이다. 엔비디아가 보여준 이 숫자들은 단순한 회계 장부상의 기록을 넘어, AI 시대가 불러온 산업 지형의 변화와 그 중심에 선 반도체 제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