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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금리 인하 환호할 때 아니다"...세계 증시, 일본발 '유동성 쇼크' 공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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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금리 인하 환호할 때 아니다"...세계 증시, 일본발 '유동성 쇼크' 공포 우려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금리 조정 여지"...12월 인하론 급부상
소시에테제네랄 "日, 유동성 수도꼭지 잠그면 서구 채권시장 발작“
엔저에 현대차 등 '가격 비상', 美 국채 금리 뛰면 삼성전자 '투자 위축'
글로벌 금융시장 향방을 가를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은 일본의 통화·재정 정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금융시장 향방을 가를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은 일본의 통화·재정 정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온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12월 금리 결정에 쏠려 있지만, 정작 시장의 향방을 가를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은 일본의 통화·재정 정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유동성을 회수할 경우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난 21(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존 윌리엄스 "금리 조정 여지 있다"...12월 인하 확률 70% 돌파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더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으로서 투표권을 가진 윌리엄스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부채질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 직후 오는 129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70%를 넘어섰다. 이는 일주일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뛴 수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주요 인사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위한 과반수 확보는 무난해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연준 내부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역시 "지속적인 긴축 기조가 적절하다"는 견해를 지난주 피력했다.

경제 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43일간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지연 발표된 지난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19000명으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8월 수치는 하향 조정되며 고용 시장의 냉각 조짐도 감지된다. 실업률은 4.4%로 소폭 상승했으나, 경제활동 참가자 수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4.2%로 추산하며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예고했다.

소시에테제네랄 "日 유동성 차단, 서구권 채권 시장에 공포"


미국 연준의 행보 못지않게 시장 참여자들이 주시해야 할 곳은 일본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 전략가는 "세계 금융시장은 지난 수십 년간 일본의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완화에 중독돼 있었다""일본이 유동성 수도꼭지를 잠그는 순간, 서구 정치인들은 부풀려진 재정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공포에 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의 정책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신호는 엔화 환율이다.

지난 21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8엔까지 치솟으며 일본 외환 당국이 개입 저지선으로 여기는 160엔에 근접했다.

일본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은 곧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매도해 달러를 조달한다는 뜻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공급됐던 달러 유동성을 회수하고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채권 가격 하락) 결과를 초래한다. 에드워즈 전략가가 지적한 '유동성 수도꼭지 잠그기'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다카이치노믹스 '확장 재정'에 국채 금리 급등...자금 이탈 가속화


최근 엔화 약세와 일본 국채(JGB) 금리 급등은 사나에 다카이치 신임 일본 총리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규모 재정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등에 업고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정책은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 내 대형 생명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헤지 비용을 고려할 때, 미국 국채보다 자국 국채인 JGB의 수익률이 더 매력적인 상황이 됐다. 굳이 해외로 자금을 내보낼 유인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의 변화와 엔화 약세는 미국 재무부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9월 엔화 약세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일본 내부적으로도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사츠키 카타야마 일본 재무상은 지난 21"시장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카타야마 재무상의 경고로 엔화 가치는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았으나, 근본적인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배런스는 "일본의 시장 개입은 에드워즈가 지적한 대로 글로벌 시장으로 흘러드던 유동성의 흐름을 뒤집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연준의 다음 행보만큼이나 일본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약세 엔화와 유동성 위축의 '딜레마'...韓 자동차·반도체 '충격' 우려


일본의 통화 정책 변화 가능성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에 복합적인 위기 신호를 보낸다. 국내 산업계는 엔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과 글로벌 유동성 축소라는 두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우선 자동차 업계는 '엔저(円低)의 공습'에 직면했다. 지난 21일 기준 달러당 158엔을 기록한 기록적인 엔저 현상은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 경쟁하는 도요타·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비정상적으로 높여주는 요인이다. 일본 업체들이 환차익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판매 장려금(인센티브) 정책을 펼칠 경우, 한국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배런스가 지적한 '일본의 유동성 수도꼭지 차단' 시나리오다. 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할 경우, 이는 곧장 미국 시장금리(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고금리 환경은 반도체와 같은 성장주에 치명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데,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은 투자 위축을 부를 수 있다. 더욱이 미국 금리 상승은 전 세계적인 IT 수요 둔화로 이어져, 인공지능(AI) 서버 및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동차 할부 금리 상승에 따른 신차 구매 수요 감소 역시 예견된 수순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누차 강조해온 "주요국 통화 정책의 탈동조화(De-coupling)에 따른 불확실성"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엔화를 방어하든(유동성 축소), 방치하든(가격 경쟁력 약화) 한국 수출기업에는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에 대비한 정교한 헤지 전략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