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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머스크가 낙점한 '괴물 MCU'…삼성 파운드리 18나노 공정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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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머스크가 낙점한 '괴물 MCU'…삼성 파운드리 18나노 공정으로 만든다

ST마이크로, 역대 최고속 800MHz 'STM32V8' 공개…AP급 성능 구현
스페이스X 스타링크 '레이저 통신' 핵심 두뇌 탑재…극한 우주 환경서 검증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글로벌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의 강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가 자사 기술력의 정점을 찍은 신제품 'STM32V8'을 전격 공개했다. 주목할 점은 이 '괴물 칩'의 생산 기지다. ST는 자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삼성 파운드리(Samsung Foundry)와 손을 잡았다. 프랑스 크롤(Crolles) 300mm 팹에서 삼성의 18나노 공정 기술로 양산되는 이 칩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 스타링크 위성에 핵심 부품으로 탑재되며 이미 성능 검증을 마쳤다고 매뉴팩처링 투데이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STM32V8은 단순한 제어 칩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가전이나 기계의 단순 작동을 제어하던 MCU가, 이제는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영역인 '엣지 AI'와 '고속 연산'까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레미 엘-우아잔(Remi El-Ouazzane) ST 마이크로컨트롤러·디지털 IC 및 RF 제품 그룹 사장은 "STM32V8은 역대 ST MCU 중 가장 빠른 속도와 신뢰성을 갖췄다"며 "기존의 전력 소모가 크고 값비싼 AP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삼성 DNA' 심은 18나노 공정…800MHz 속도 뚫었다


기술적 핵심은 '속도'와 '내구성'의 양립이다. 암(Arm)사의 '코어텍스-M85' 코어에 삼성 파운드리 협력 기반의 18나노 공정을 결합해, MCU로서는 경이적인 800MHz 클럭 속도를 구현했다. 여기에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임베디드 상변화 메모리(PCM)'를 4MB 용량으로 탑재해 데이터 처리 효율을 극대화했다.
특히 완전 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FD-SOI) 공정 기술이 적용된 점은 신의 한 수로 꼽힌다. 누설 전류를 잡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이 기술 덕분에, STM32V8은 영하의 온도부터 영상 140도에 이르는 극한의 고열 환경에서도 오작동 없이 버틴다. 산업용 기기가 요구하는 3.3V 전압 지원과 1Gb 이더넷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의 통합은 이 칩이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스페이스X "위성 통신 성공, STM32V8 덕분"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우주 공간에서 증명됐다. 스페이스X는 지구 저궤도(LEO)를 고속으로 도는 스타링크 위성 간의 레이저 통신 시스템(Optical Intersatellite Links)에 STM32V8을 채택했다. 위성들이 초속 7km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며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찰나의 지연이나 오류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 니콜스 스페이스X 스타링크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STM32V8을 탑재한 미니 레이저 시스템의 성공적 배치는 스타링크 네트워크의 진일보를 이끌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18나노 FD-SOI 기술이 제공하는 높은 신뢰성과 견고함, 그리고 강력한 컴퓨팅 성능은 우주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간 처리를 가능케 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머스크의 눈높이를 '삼성 파운드리 공정'과 'ST의 설계'가 만족시킨 셈이다.

ST는 오는 2026년 1분기부터 주요 OEM 고객사를 대상으로 STM32V8의 공급을 시작한다. 갈수록 강화되는 유럽과 미국의 보안 규제에 대응해 최고 수준의 보안 인증(PSA 레벨 3, SESIP)도 이미 확보했다. 수십억 개의 가전과 산업 기기를 넘어 우주로 뻗어 나가는 ST의 이번 행보는, 고성능 MCU 시장의 기술 장벽을 한 단계 더 높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