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제안서 마감…캐나다 정부 "최대 12척 사업 분할도 배제 안 해"
한화오션 "6척만 맡아도 납기·기술 증명 가능"…TKMS "사업 구조·비용 효율성 흔들릴 수도"
한화오션 "6척만 맡아도 납기·기술 증명 가능"…TKMS "사업 구조·비용 효율성 흔들릴 수도"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이 막바지 국면에 들어서면서 한국과 독일 간의 초대형 방산 경쟁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최대 12척, 총사업비 240억 달러(약 35조 원)에 달하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CPSP)이 '분할 계약'이라는 변수를 맞으며 국제 방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4일(현지 시각) 캐나다 유력지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3월 2일 최종 제안서를 접수한 뒤 평가 절차에 들어갔으며, 오는 6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최종 경쟁에는 한국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올랐다. TKMS는 노르웨이 국영 방산기업 콩스버그 디펜스 앤드 에어로스페이스(Kongsberg Defence & Aerospace)와 팀을 이뤄 입찰에 참여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빅토리아급(Victoria-class) 잠수함 4척을 전면 대체하고 북극 해역 작전 능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은 12척을 한 업체가 독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과 독일에 각각 6척씩 배정하는 '분할 계약(Split contract)' 가능성이다. 캐나다 정부가 산업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조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전례 없는 군사 조달"
이번 잠수함 사업은 캐나다 국방 조달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2021년 CPSP 사업을 공식 출범시켰으며, 2025년 2월 정보요청서(RFI) 접수를 마감할 당시 전 세계에서 25개 업체가 관심을 표명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독일 TKMS와 한국 한화오션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캐나다 해군 장교 출신이자 한화디펜스 캐나다 대표인 글렌 코플랜드(Glenn Copeland)는 글로브 앤 메일 인터뷰에서 "이 사업은 절대적으로 '번개 같은 속도(lightning speed)'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행한 제안요청서(RFP) 분량도 통상 수백 페이지에 달하던 관행과 달리 단 58페이지 수준으로 간소화됐다.
이 사업은 또한 캐나다 정부가 새로 설립한 국방투자청(Defence Investment Agency)이 총괄하고 있다.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방산 조달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캐나다가 보는 진짜 기준…"잠수함 성능보다 산업 효과"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다.
독일 TKMS의 최고경영자 올리버 부르크하르트(Oliver Burkhard)는 "이번 계약이 기존 방산 계약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모델"이라며 "캐나다는 단순히 잠수함을 사는 것이 아니라, 방산 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산업적 가치 전체를 보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 캐나다는 이번 계약에서 산업 협력과 경제 효과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51번째 주' 발언까지 이어지는 등 북미 안보 환경이 불안정해진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계약을 통해 우주 발사체 산업, 첨단 방산 기술, 에너지 산업까지 연계하는 산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독일 양측 모두 캐나다 기업인 마리타임 론치 서비스(Maritime Launch Services)와 노드스페이스(NordSpace) 등과 협력해 캐나다 자체 우주 발사 능력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무기 '납기와 생산력'
한국 한화오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압도적인 건조 속도와 생산 능력이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의 최신 잠수함인 KSS-III 계열 기술을 기반으로 캐나다 사업에 참여했다.
제안서에는 2032년 첫 잠수함 인도, 2035년까지 최소 4척 배치, 2044년까지 12척 전량 인도 등의 일정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캐나다 조달 역사에서 가장 빠른 잠수함 인도 일정으로 평가된다.
코플랜드 대표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캐나다에 시스템과 플랫폼을 정해진 일정과 예산 안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또 캐나다 승조원 훈련과 유지정비 체계를 포함한 통합 교육 프로그램도 제안했다.
독일의 무기 '나토 동맹과 검증된 잠수함'
독일 TKMS는 나토 잠수함 시장의 절대 강자다. 현재 TKMS는 전 세계에서 180척 이상의 잠수함 건조 계약 실적을 갖고 있으며, 평균 계약 규모는 2~4척 수준이다.
부르크하르트 CEO는 "캐나다, 노르웨이, 독일 사업까지 합치면 앞으로 15년 동안 24척의 잠수함 건조가 가능하다. 이런 규모는 나도 처음 본다"고 말했다.
TKMS는 캐나다에 212CD 잠수함 플랫폼을 제안했다. 이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한 최신형 잠수함이다.
또한 캐나다가 TKMS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노르웨이와 공동 생산 체계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6척씩 분할 계약' 가능성…양측 모두 "수용"
이번 사업의 최대 변수는 분할 계약이다. 캐나다 정부가 산업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과 독일에 각각 6척씩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업체 모두 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한화 측은 "우리는 12척 전체 계약을 원하지만 캐나다 정부의 어떤 결정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TKMS 측은 정치적 선택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부르크하르트 CEO는 "주문 규모가 줄어들면 캐나다 산업계의 참여 구조가 바뀌고 프로그램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TKMS의 파트너인 콩스버그 역시 두 종류 잠수함을 동시에 운용할 경우 유지·훈련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캐나다의 진짜 고민은 '잠수함'이 아니다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다. 캐나다는 이번 사업을 통해 △북극 안보 전략 △방산 산업 육성 △우주 발사 능력 확보 △미국 의존도 감소라는 4개의 전략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 정부가 한 업체 독점보다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큰 분할 계약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분할 계약이 현실화된다면 캐나다 해군은 향후 한국형 잠수함과 독일형 잠수함을 동시에 운용하는 세계 최초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유지정비 비용 증가라는 부담이 따르지만, 캐나다는 대신 양국 기술과 산업 협력이라는 이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오는 6월, 오타와의 선택은 단순한 잠수함 계약을 넘어 글로벌 방산 질서와 동맹 구조까지 흔드는 결정이 될 전망이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