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산업현장·기내 로봇 투입 가속..."전문직이 먼저 사라진다"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호주 ABC뉴스와 항공 전문지 '뷰 프롬 더 윙(View from the Wing)' 등 주요 외신은 지난 23일(현지시각)과 24일 잇따라 보도를 내고, 휴머노이드 로봇 확산에 따른 경제 구조 대전환과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의 위기를 심층 분석했다.
공장엔 '워커 S2', 기내엔 '볼로댜'... 현실이 된 로봇 노동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가 가시화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로봇 기업 유비테크(UBTECH)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2(Walker S2)' 수백 대를 자동차 및 물류 기업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비야디(BYD), 지리자동차, 폭스바겐 합작사 등 주요 자동차 제조라인에 올해 안에만 500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워커 S2는 사람 도움 없이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며 24시간 작업을 이어가는 기능을 갖췄다.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자회사 포베다 항공은 지난 23일 모스크바행 보잉 737기 기내에 휴머노이드 로봇 '볼로댜(Volodya)'를 시범 투입했다. 중국 유니트리사가 개발한 G1 모델인 이 로봇은 승객을 맞이하고 탑승권을 확인하는가 하면, 통로를 지나며 승객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아직 안전 업무나 비상 상황 대처 능력은 부족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조용한 자동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술 전문가들은 "로봇이 초기에는 단순 반복 업무를 맡겠지만, 데이터가 쌓일수록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건비(Opex) 가고 설비투자(Capex) 온다... 경제 프레임의 대전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닌 '경제 구조의 근본적 전환'으로 해석한다. ABC뉴스는 로봇 도입이 기업 재무제표상 성격을 완전히 바꾼다고 지적했다. 인간 노동자가 매달 급여를 줘야 하는 '운영비용(Opex)'이라면, 로봇은 한 번 구매하면 끝인 '자본지출(Capex)'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000년 인류 상업사에서 노동자가 임금을 받으며 고용된 기간은 불과 200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역사적 사실과 맞닿아 있다. 로봇 도입은 기업이 노동력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라는 자본 형태로 '소유'하는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현재 5만~10만 달러(약 7350만~1억 4700만 원) 수준인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은 대량 생산이 본격화하면 1만 달러(약 1460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가사 도우미부터 교육, 간병, 육체노동까지 수행하는 로봇이 스마트폰보다 더 흔한 소비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용한 해고'...“승무원보다 먼저 사라지는 화이트칼라”
로봇의 등장이 당장 육체 노동자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산층 전문직 일자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뷰 프롬 더 윙'은 항공 업계를 예로 들며, 물리적인 객실 승무원보다 백오피스(후방 지원 업무) 인력이 먼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유나이티드 항공에서는 AI 도입 영향으로 관리직 8%가 줄었다.
구체적으로 ▲예약 변경 및 고객 상담 ▲수익 관리 및 요금 책정 ▲승무원 일정 관리 ▲마케팅 문구 작성 등의 업무가 AI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과거 인간 분석가가 며칠씩 걸려 처리하던 비행 일정 최적화나 수요 예측을 AI는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은 "배관공이나 목수 같은 숙련된 육체노동보다 컨설팅, 금융, 법률 등 고소득 전문직이 AI 대체 1순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내 안전 규정상 인간 승무원 탑승이 의무화된 항공 분야처럼, 규제가 있는 곳은 변화가 더디겠지만 수익성 중심의 사무직군은 보호막이 없다는 뜻이다.
세금·복지 시스템의 붕괴..."대규모 조기 은퇴 대비해야"
이러한 변화는 국가 조세 재정과 사회 안전망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한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세금 제도는 인간의 '노동 소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노동이 로봇이라는 '자본'으로 대체되면 소득세 기반의 세수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
ABC뉴스는 "수조 달러 규모의 로봇 노동력에 과세할 체계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며 "노동 소득은 줄고 자본 소득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불균형이 심화하면 사회적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로봇세 도입, 보편적 기본소득(UBI), 노동시간 단축 등 분배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백만 명이 맞이할 '대규모 조기 은퇴' 시대에 대한 대비책도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돼 창의적 활동이나 여가를 즐기는 긍정적 미래도 가능하지만, 이는 부의 재분배 문제가 해결됐을 때의 이야기"라며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경제적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