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로봇으로 무장한 '청년 농부' 귀환 고된 노동은 로봇에 맡기고 '경영' 집중
100억 인구 식량난 해법, '애그테크'서 찾다, 1명이 20명 몫 '척척'
100억 인구 식량난 해법, '애그테크'서 찾다, 1명이 20명 몫 '척척'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5일(현지시간) "AI와 로봇공학 등 최첨단 기술이 농업을 '고된 노동'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매력적인 커리어'로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잡초 120만 개, 레이저로 '지지직'... "영화 스타워즈 같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덩컨 패밀리 농장(Duncan Family Farms)'은 기술 혁신의 최전선이다. 과거 20명의 노동자가 온종일 엎드려 뽑아야 했던 채소밭의 잡초를 이제는 직원 한 명이 태블릿 PC 하나로 해결한다.
트랙터 뒤에 장착된 인공지능 제초 로봇 '레이저위더(LaserWeeder)' 덕분이다. 카본 로보틱스(Carbon Robotics)가 개발한 이 로봇은 밭을 기어 다니며 마치 복사기 불빛처럼 레이저를 쏘아 잡초만 정밀하게 태워버린다. 코트니 보이어 덩컨 패밀리 농장 공급망 관리자는 이 광경을 두고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 같다"고 묘사했다.
"등골 휘는 노동 끝"... 로봇 군단 지휘하는 '농업 CEO'
기술은 농업인의 '직무 기술서'를 다시 쓰고 있다. 마두 칸나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교수(환경경제학)는 "농업 노동은 이제 '등골이 휘는 육체노동'에서 '로봇 군단을 관리하고 지휘하는 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 시작된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은 AI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GPS와 자동화 기술로 작물과 토양 상태를 파악하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스스로 학습하는 소프트웨어가 농사를 짓는다. 농업 기술 기업 파모넛(Farmonaut)에 따르면 미국 농가의 60%가 이미 AI 기술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드론 조종사, 자동화 엔지니어 등 농촌에서 새로운 기술직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조던 조브 애그에이드(AgAID) 연구소 매니저는 "생산자들의 최대 고민이었던 노동력 부족 문제를 AI가 해결하고 있다"며 "단순히 일손을 더하는 수준을 넘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열쇠가 됐다"고 설명했다.
드론이 '막일꾼'... 3D 매핑 기술에 청년이 반했다
이러한 변화는 늙어가는 농촌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기폭제다. 미국 농무부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농부의 평균 연령은 58세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년 세대는 드론과 머신러닝으로 무장한 농업을 '도전할 만한 첨단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서부 산악지대에서 항공 방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코디 워즈워스(35) 씨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자신의 대형 드론을 '막일꾼(grunt laborer)'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사람이 하기 힘든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는 뜻이다.
워즈워스 씨는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토양 샘플을 채취해 실험실로 보내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드론이 3m 상공에서 밭을 스캔하고 AI가 즉각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처방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기술을 응용한 레이저 토양 분석 기업 '테라블래스터'의 조지 헤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이 주인의 얼굴을 인식하듯 농기계가 작물과 잡초를 정확히 구별한다"며 "이 기술로 농약 사용량을 3~5배 줄이면서도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50년 인구 100억 시대... 생존 열쇠 쥔 '애그테크'
전문가들은 AI 농업이 선택이 아닌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육박할 때 식량 생산을 지금보다 70% 더 늘려야 한다고 내다봤다. 기후 변화로 경작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법은 '기술'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에너지환경연구소는 2030~2035년경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의 20%를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조브 매니저는 "윤리적 사용 기준은 마련해야겠지만, 농업에서 얻을 효율성과 생산성 혁신이 위험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늙어가는 한국 농업, '하드웨어' 넘어 '데이터'로 승부해야
미국 농업의 환골탈태는 초고령화 사회 한국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 농부 평균 연령이 58세인 반면, 한국은 65세 이상 농가 인구가 절반을 넘어서며 '인구 절벽'이 아닌 '인구 소멸'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이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과감하게 기술을 도입해 청년을 불러모았듯, 한국 농업 역시 AI 기반의 '애그테크(AgTech)'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농업 전문가들은 "한국은 경지 면적이 좁아 대규모 기계화보다 데이터 기반의 정밀 농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비닐하우스를 자동으로 여닫는 하드웨어 중심의 스마트팜을 넘어, 청년들이 매력을 느끼고 도전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시점이 눈앞에 다가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