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중국, 모방 껍질 깨고 '혁신 실험실'로 진화… 기술 패권 경쟁 새 국면"
OECD "中 R&D 투자 7810억 달러, 美 턱밑 추격"… 정부 지출은 이미 추월
폭스바겐·스카니아 등 글로벌 기업 "생존 위해선 중국의 '5단 기어' 속도 배워야"
OECD "中 R&D 투자 7810억 달러, 美 턱밑 추격"… 정부 지출은 이미 추월
폭스바겐·스카니아 등 글로벌 기업 "생존 위해선 중국의 '5단 기어' 속도 배워야"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단순한 모방을 넘어 기술적 우위를 점하며 미국과의 격차를 사실상 없앴다"며 중국의 혁신 속도와 질적 성장을 집중 조명했다.
독일 엔지니어의 탄식 "중국은 지금 5단 기어로 질주 중"
중국 동부의 고속도로. 마르쿠스 하프케마이어 폭스바겐(VW)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손을 떼자 차량은 부드럽게 차선을 변경했다. 지하 주차장에서는 차량 스스로 빈 공간을 찾아 주차했다.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 현지에서 18개월 만에 상용화한 기술이다.
하프케마이어 CT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본사였다면 내부 토론과 공급업체 협상으로 4년에서 4년 반은 족히 걸렸을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중국은 지난 10년 사이 3단 기어에서 5단 기어로 변속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며 "유럽인들은 중국 전기차를 '싸구려'라고 폄하를 하지만, 실제로는 첨단 기술로 무장한 고품질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스웨덴 트럭 제조사 스카니아의 소니아 에더스탈 중국 R&D 총괄은 "스웨덴과 미국에서 수년간 시도했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통합을 중국에서는 1년 만에 해냈다"고 밝혔다. 르노, 벤츠,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고 현지 R&D 센터를 늘리는 배경에는 중국의 압도적인 개발 속도와 효율성이 자리 잡고 있다.
美 위협하는 '차이나 R&D'… 양적·질적 동반 성장
데이터는 중국의 기술 굴기가 허상이 아님을 증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23년 중국의 총 R&D 지출은 7810억 달러(약 1146조 원)로, 미국(8230억 달러, 약 1208조 원))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2007년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특히 정부 주도 R&D 지출만 떼어놓고 보면, 중국은 2019년을 기점으로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 국가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중국 내 기업 R&D 연구소는 15만 개로 3배 늘었고, 연구 인력은 500만 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FT는 이러한 투자가 이른바 '신질생산력(New Productive Forces)'이라는 실질적 산출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4년 중국의 태양광 전지 생산능력은 685GW로 2021년 대비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신에너지차(NEV) 생산량 역시 같은 기간 350만 대에서 1,290만 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생산량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제조 현장의 자동화를 가속하고 있다.
뜬구름 잡는 미국 vs 실물 경제 파고드는 중국
미국과 중국의 혁신 경쟁은 지향점이 다르다. 리지 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범용 인공지능(AGI) 같은 '문샷(Moonshot·혁신적이지만 불확실한 프로젝트)' 기술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첨단 소재, 5G, 배터리 등 실물 경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응용 기술'에 올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기술 자립' 목표와 맞닿아 있다.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에 따라 철도, 선박, 항공우주 등 전략 산업의 R&D 비중을 매출액 대비 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단 왕 유라시아그룹 이사는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며 "설령 재정적 부담으로 국민이 고통받더라도 첨단 산업 육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조금 살포는 옛말"… 정교해진 자본 배분
서방 세계는 그동안 중국의 R&D가 보조금 남발과 부패로 얼룩졌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 자본 배분 방식을 뜯어고쳤다. 딩쉐샹 중국 부총리는 최근 기고문에서 "기술 혁명과 강대국 경쟁이 맞물리는 시기"라며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강조했다.
추융 과학기술부 부부장은 지난 5월 "기술 금융 지원 방식을 단순한 재정 지원에서 엄격한 금융 논리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당국은 지난달 72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국영 기업 전용 펀드를 조성해 AI, 항공우주 등 전략 신흥 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틸리 장 가브칼 드래고노믹스 연구원은 "지방 정부의 무분별한 자금 조달을 억제하고 중앙 정부 주도의 통제된 투자가 이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안젤라 장 USC 법대 교수는 "미국이 기술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대학과 민주적 제도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위기감이 감돈다. 마크 그리븐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는 "이미 핵심 지식이 중국에 있는 상황에서 협력을 거부하면 서방 기업은 도태될 수 있다"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혁신을 배우고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韓, '규제 샌드박스' 넘어선 과감한 '혁신 허가' 필요
중국의 'R&D 폭주'는 한국 경제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장이다. 과거 한국이 일본을 추격했듯, 이제 중국은 양적 투자는 물론 질적 효율성에서도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이 18개월 만에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때, 우리는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에 얽매여 실증 실험조차 제때 하지 못하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더는 "중국 기술은 낮다"는 착각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이미 중국은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한 주력 수출 품목에서 우리를 앞질렀다. 국내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의 도전과 성취에서 배워야 할 부분을 강조한다.
첫째, R&D 지원 체계를 '성공 보장형'에서 '도전 장려형'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현재의 관료적 R&D 풍토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싹틀 수 없다. 둘째, 중국의 강점인 '속도'에 맞설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대폭 확대하고, 신기술 도입 장벽을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고 제안하다. 셋째, 우리가 우위를 점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초격차를 유지하되, 중국이 맹추격 중인 우주·바이오 분야에서는 전략적 기술 제휴를 고려하는 유연한 '양손잡이 경영'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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