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전기차와 첨단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통신선을 노린 구리 절도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망이 훼손되면서 911 응급전화는 물론 병원, 학교, 군 기지까지 마비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 규제당국은 이를 ‘공공안전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구리 경찰’까지 투입…맨홀뚜껑 열고 절단, 갱단도 제보
버라이즌과 함께 미국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AT&T에서 근무하는 라디스 알컷은 원래 통신선 수리를 담당했으나 최근에는 절도 범죄를 추적하는 ‘구리 경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LA 시내를 돌며 센서와 GPS 추적기 데이터를 확인하고, 도둑이 통신선을 자르는 즉시 감지할 수 있도록 순찰한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건설 현장 작업자처럼 위장해 한밤중에 맨홀을 열고,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통신선의 구리선을 절단한 뒤 스크랩업체에 팔고 있다. 일부 갱단은 반복적인 인터넷 차단과 경찰 순찰에 불만을 품고 AT&T 보안팀에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절도 두 배로 늘고 피해자만 800만명…AT&T “1117억 원 피해”
AT&T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로 인한 복구 및 교체 비용만 7600만 달러(약 111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AT&T는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리 기반 통신망을 광케이블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절도 → 스크랩 → 정제 → 중국 수출…조직적 유통 경로
WSJ는 "현재의 구리 절도는 단순한 생계형 범죄가 아니라 체계적인 유통망을 갖춘 조직 범죄“라고 지적했다.
도둑들은 절단한 선을 스크랩업체에 판매하고, 업체는 이를 ‘구리 칩’ 형태로 분쇄한 뒤 정제·재가공하기 때문이다. 재가공된 구리는 다시 제조업체에 공급되거나 중국으로 수출된다. 미국은 전 세계 구리 스크랩 수출의 18%를 차지한다.
일부 범죄자들은 낡은 건물 철거 중 구리를 회수했다고 주장하며 거래하고, 굵고 긴 구리선일수록 고가에 판매된다. 도매가격은 파운드(약 450g)당 5달러(약 7350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FBI “국내 테러 수준”…GPS 삽입·감시카메라·포상금까지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절도 사건 다수가 조직적 형태를 띠고 있다며 “국내 테러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AT&T는 절도 피해 지역 통신선에 GPS 추적기를 삽입하고 전봇대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했으며 일부 지역에는 최고 1만 달러(약 1470만 원)의 포상금 제도를 도입했다.
LA 지역에서는 ‘버블스(Bubbles)’라는 별명의 인물이 조직을 배신하고 정보를 제공해 AT&T로부터 1만 달러(약 1470만 원)를 받기도 했다. 정보는 도난 통신선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스크랩업체가 유사 물건이 입고되면 경찰에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선 911·병원 통신 두절…14개 주, 법률 제정
지난 6월에는 캘리포니아 밴나이스 지역에서 광케이블이 잘려 911 응급망, 병원, 군 기지를 포함해 5만5000여 가구와 500개 사업장이 최대 30시간 동안 통신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도둑은 실수로 구리가 없는 케이블을 잘랐고, 결국 아무것도 훔치지 못한 채 떠났다.
이처럼 피해가 확산되자 올해 미국 14개 주는 구리 절도 방지 법률을 제정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는 폐금속 수거업체에 판매자 신분 확인과 도난 이력 조회를 의무화하고 있다.
AT&T의 알컷은 “체포된 범죄자 중 상당수가 금세 다시 나와 같은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며 당국의 좀 더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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