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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럽, 20년 내 문명 소멸"…33쪽 국가안보전략서에서 동맹국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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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럽, 20년 내 문명 소멸"…33쪽 국가안보전략서에서 동맹국 강타

서반구 우위·먼로독트린 부활 선언…푸틴 "돈바스 80% 장악, 무력 점령 불사"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표류…금융시장 "영토 양보 없이 타결 불가능"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유럽 동맹국을 향해 20년 내 문명이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 외교 정책의 중심축을 서반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유럽 동맹국을 향해 "20년 내 문명이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 외교 정책의 중심축을 서반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유럽 동맹국을 향해 "20년 내 문명이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 외교 정책의 중심축을 서반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CNBC, NPR,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33쪽 분량의 국가안보전략은 유럽 동맹국의 이민 정책과 표현의 자유 제한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미국 파트너로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트럼프 1기 임기 중 흔들린 동맹을 복원하려 했던 노선과 정반대 방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같은 날 인도 방문 중 인도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무력으로든 점령하겠다"고 밝혀 평화협상 전망을 어둡게 했다.

"유럽, 문명 소멸 직면"…극우 정당 부상 환영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유럽이 이민 정책, 출산율 감소, 표현의 자유 검열, 국가 정체성 상실로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서는 "유럽의 경제 침체는 문명 소멸이라는 더 심각한 전망에 가려져 있다"고 밝혔다.

전략 문서는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20년 내 대륙은 알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특정 유럽 국가들이 신뢰할 만한 동맹국으로 남을 만큼 경제와 군사력이 강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명시했다.

반면 문서는 불법 이민과 기후 정책에 반대하는 유럽 극우 정당의 부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유럽의 정치 동맹국들이 이 정신 부활을 촉진하도록 격려하며, 애국적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 증가는 큰 낙관을 불러일으킨다"고 전략은 밝혔다.

독일 외무장관 요한 바데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누구도 우리에게 조언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극우 반이민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소속 마르쿠스 프로흐마이어 의원은 미국 전략을 "유럽, 특히 독일에 대한 외교 정책 현실 점검"이라고 평가했다.

콜로라도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 제이슨 크로우는 이 전략을 "미국의 세계 위상에 치명적이며, 우리 동맹과 파트너십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계획이 진행되면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미국인들의 안전도 떨어질 것"이라고 크로우는 덧붙였다.

1823년 먼로독트린 부활…서반구 군사력 대폭 증강

트럼프 행정부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제정한 먼로독트린의 "트럼프 추론"을 내세우며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위 회복을 선언했다. 먼로독트린은 원래 유럽의 서반구 간섭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됐다.

전략 문서는 "국경 경비와 마약조직 격퇴를 위한 표적 배치, 필요 시 지난 수십 년간 실패한 법 집행 전략을 대체하기 위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명시했다. 미국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매 선박으로 추정되는 선박에 대한 일련의 군사 공격을 감행했으며,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압박을 가할 군사 행동 가능성도 저울질하고 있다.

문서는 "미국은 서반구에서 우리의 안보와 번영의 조건으로서 우위에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필요한 곳과 시기에 자신감 있게 힘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엔 '균형 무역', 중동엔 '불간섭' 원칙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행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재조정하고, 상호성과 공정성을 우선시해 미국의 경제적 독립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략은 "중국과 무역은 균형을 맞춰야 하며, 비민감한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베이징과 진정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에 대해서는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며, 대만 해협 현상 유지에 대한 일방적 변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중동에 대해서는 미국이 "미국의 잘못된 협박 실험"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중동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했으며, 문서는 아랍 국가들이 "파트너십, 우정, 투자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돈바스 80% 장악, 무력 점령 불사"…평화협상 난항


푸틴 대통령은 인도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무력으로든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든 간에 우리는 이 영토를 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일 모스크바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 및 재러드 쿠슈너 트럼프 대통령 사위와 5시간 회담 후 나온 발언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군이 영토에서 철수하고 군사 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러시아는 현재 돈바스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19.2%를 통제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러시아·동유럽 정치학 강사 마니 하울렛은 지난 5CNBC"크렘린이 분쟁 종식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 평화협정은 곧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이래 무력으로 돈바스를 점령하는 데 실패했고, 우크라이나인들은 영토의 불법 점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하울렛은 덧붙였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 에밀리 페리스는 CNBC"현재 러시아는 협상 테이블에 나올 이유를 보지 못한다""비록 소폭이지만 전장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고, 자신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제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시절 주미 영국대사를 지낸 킴 대러크는 지난 4일 런던증권거래소 투자자 서밋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전쟁은 곧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정치적으로 양보하고 살아남기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협상 진전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국제 증시 급락과 에너지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초래했으며, 서방의 대러 무역·투자 급감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공격에 대한 우려는 유럽 전역의 대규모 국방비 지출을 촉발했고, 역내 방산주 강세장을 견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