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역협정 자금 활용해 미 연방 부지에 '트럼프 공단' 조성…2026년 착공 목표
TSMC 불참 속 韓 반도체 '기회와 위기' 공존…삼성·SK하이닉스, AI 공급망 진입 분수령
TSMC 불참 속 韓 반도체 '기회와 위기' 공존…삼성·SK하이닉스, AI 공급망 진입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현지시각) 손 회장이 백악관과 상무부 관리들과 수개월 논의를 거쳐 이 같은 계획의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美 연방 부지에 日 자금 투입…가시화된 'AI 인프라 동맹'
WSJ에 따르면 이번 계획의 핵심은 미국 연방 정부 소유 부지에 일본 자본을 투입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재원은 지난 7월 체결된 미·일 무역협정에 따라 일본 정부가 약속한 투자금에서 나온다.
당시 일본은 자동차 관세 인하(25%→15%) 등의 혜택을 받는 대가로 에너지, 반도체, 조선 등 미국 전략 산업에 5500억 달러(약 807조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협정에 따르면 투자 대상 선정 권한은 미국이 가지며, 일본이 투자 원금을 회수한 뒤 발생하는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
소프트뱅크는 이 자금을 활용해 광섬유 케이블, 데이터센터 장비, AI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공장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설 소유권은 완공 후 미국 연방 정부가 갖게 된다. WSJ은 "자금 집행은 이르면 2026년 초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산업 전반의 비즈니스 리더들과 맺은 관계는 미국의 차기 황금기를 여는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상과학'에서 '실리'로…수정된 손정의의 야심
당초 손 회장의 구상은 훨씬 파격적이었다. 그는 지난 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에게 애리조나 사막에 1조 달러(약 1467조 원)를 들여 중국 선전(深圳)과 같은 거대 산업 도시를 짓는 '프로젝트 크리스털 랜드(Project Crystal Land)'를 제안했다. 로봇이 가득 찬 반도체 공장과 주거 단지가 결합한 로스앤젤레스 크기만 한 AI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 행정부와의 논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혔고, 계획은 '트럼프 산업단지'라는 네트워크형 공장 단지 조성으로 수정됐다. 소식통들은 "미래형 로봇 도시나 주거 단지 계획은 빠졌고, 대신 기존 무역협정 자금을 활용해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제조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TSMC는 '거절'…AI 칩 패권 경쟁 가속화
손 회장은 단순 부품 생산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대만, 한국, 일본 기업이 장악한 반도체 제조 시장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핵심 파트너 영입에는 난항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으나, TSMC 측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TSMC는 이미 지난 3월 미국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에서 1650억 달러(약 95조~242조 원) 로 늘리고 3개의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해 추가적인 협력에 소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오픈AI에 300억 달러(약 44조 원)를 투자하고 인텔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등 AI 분야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위워크 투자 실패 등으로 잃어버린 명성을 AI 혁명으로 되찾겠다는 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암(Arm) 홀딩스 지분 가치 상승과 오픈AI 투자 성과 등에 힘입어 지난 4월 이후 3배 이상 급등했다. 손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오픈AI 샘 올트먼 CEO와 함께 백악관에서 5000억 달러(약 733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韓 반도체, '미·일 밀월' 속 실리 챙길 정교한 셈법 필요
이번 보도는 단순한 기업 투자를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지형을 보여준다. 손정의 회장의 구상은 '미국의 땅'과 '일본의 자금'을 결합해 AI 인프라 공급망을 미국 내재화(On-shoring)하겠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는 한국 기업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일본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풍부한 자금을 등에 업고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한다면, 메모리 반도체와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807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미국 전략 산업에 쏟아붓기로 한 것은 기술 동맹에서 일본의 지분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소프트뱅크가 구상하는 거대 인프라 구축에는 한국의 고성능 메모리(HBM)와 제조 기술이 필수적이다. TSMC가 거절한 빈틈을 한국 기업이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국내 기업들은 미·일 밀월 관계를 예의주시하며, 단순한 협력사를 넘어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서 전략적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뉴욕증시] FOMC 앞두고 3대 지수 약세 전환](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5120906533401184c35228d2f51751931501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