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5위 무기업체, 계약 불법 수주 의혹으로 입찰 정지
한화시스템·KAI와 협력 중…글로벌 방산 계약 투명성 논란 확산
한화시스템·KAI와 협력 중…글로벌 방산 계약 투명성 논란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조사 매체 팔로우 더 머니(FTM)가 8일(현지시간)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NATO 지원조달기관(NSPA)은 지난 7월 31일 엘빗 시스템즈와 자회사 오리온 어드밴스드 시스템즈의 입찰 참여를 정지했다고 밝혔다.
32억 원 뇌물 수수로 입찰 참여 전면 정지
NSPA 고위 관계자는 문서를 통해 "공급업체가 계약 수주 과정에서 제재 대상 관행을 저지르고 계약 불규칙성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심각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정지 사유를 설명했다. 이번 정지 조치로 엘빗은 새로운 입찰 경쟁에서 제외됐고, 트럭 탑재 곡사포용 탄약, 이동식 로켓포 시스템, 군용 항공기와 헬리콥터용 방어 시스템 등 여러 계약이 보류됐다. 오리온 어드밴스드 시스템즈의 폭발물 기폭장치 계약도 동결 상태다.
엘빗은 하이파에 본부를 둔 이스라엘 최대 무기 제조업체로, 2024년 매출이 70억 달러(약 10조 2800억 원)에 이른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집계 세계 100대 방산업체 중 25위에 올라 있다. 지난 10년간 엘빗은 탄약, 야간 투시경, 항공기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 수천만 유로 상당의 군사 장비를 NATO에 공급했다. 부패 의혹과 무관한 다른 계약은 여전히 이행 중이라고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제 수배 중인 컨설턴트와 체포된 전직 관계자
벨기에 연방검찰청은 9월 30일 인터폴을 통해 이탈리아 국적의 엘리아우 엘루아스빌리(60)에 대한 국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NSPA 직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뇌물 수수 및 범죄 조직 가담 협의를 받고 있다. 수사에 가까운 인사들은 엘루아스빌리가 엘빗의 컨설턴트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체포되지 않았으며 가명으로 여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엘루아스빌리는 미국 엘라 시스템즈 코퍼레이션, 리투아니아 에랄 시스템즈, 그리스 등록 아렐코 유럽 매니지먼트 컨설턴시스 등 방산 부문 여러 컨설팅 회사의 소유주 또는 이사다.
벨기에 수사의 핵심 용의자인 가이 모에라르트도 5월 12일 브뤼셀 공항에서 범죄 조직, 부패, 자금세탁 혐의로 체포됐다. 전 벨기에 국방 관계자이자 전 NSPA 직원인 그는 2021년 NSPA를 떠난 뒤 컨설턴트로 일했다. 벨기에 수사관들은 그가 총 190만 유로(약 32억 51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다뤘다고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증한 NATO 조달 예산
이번 부패 스캔들은 광범위한 NATO 조달 비리의 일부로, 현재 및 전직 직원들이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5월 벨기에와 미국을 포함한 7개국에서 경찰 급습 중 여러 용의자가 체포됐다. 방산업체들은 NSPA를 통해 군사 동맹과 32개 회원국에 공급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유로의 뇌물을 지불한 혐의를 받고 있다.
NSPA는 정부와 NATO가 군사 장비를 구매하고 서비스를 획득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위상과 예산이 크게 늘었다. 올해 모든 계약에 총 95억 유로(약 16조 2600억 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1년 이후 거의 3배 증가한 금액이다. 약 15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기관은 미국인 스테이시 커밍스가 이끌고 있다.
엘빗 대변인은 "회사는 포괄적인 준수 프로그램을 유지하며 업계 기준에 완전히 부합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엘빗은 한국 방산업체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UH/H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전망과 파급 효과
업계에서는 이번 엘빗 퇴출이 글로벌 방산 조달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한다. NATO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규모 재무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NSPA 조달 계약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서 진행 중인 부패 수사가 확대되면서 엘빗 외에도 다른 방산업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NSPA 내부 문서에 따르면 향후 유사한 의혹을 받는 다른 기업들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 방산업체들과 협력 중인 엘빗의 이번 사태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지만 나온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투명성과 준법 경영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 속에서, 한국 방산업체들도 해외 파트너 선정 시 더욱 엄격한 실사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NATO와 유럽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은 국제 조달 계약의 투명성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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