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시설 촬영 금지법 비웃듯… CCTV·레이더·무장 병력 '고스란히' 노출
폴란드 국방부 "구글에 삭제 요청"… 전직 사령관 "테러 모의 가능한 수준" 경고
폴란드 국방부 "구글에 삭제 요청"… 전직 사령관 "테러 모의 가능한 수준"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보도에 따르면 위성 지도에서는 보안 처리를 마쳤지만, 정작 지상 도로를 찍은 거리 사진이 안보의 '구멍'으로 드러났다.
위성은 막았지만… 지상 도로는 '보안 무방비'
폴란드 국방부는 최근 구글 폴란드 지사에 공문을 보내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 스트리트뷰 서비스에 드러난 국가 안보·국방 관련 주요 시설을 가려달라고(마스킹) 요청했다.
논란은 현지 매체 인테리아가 구글 스트리트뷰를 정밀 분석하면서 시작했다. 인테리아는 폴란드 전역의 군사기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진 다수를 찾아냈다. 이 사진에는 기지 내 폐쇄회로(CC)TV 위치, 레이더 자산, 각종 안테나 시설은 물론 총을 든 군인들 모습까지 담겼다.
공개된 사진은 2019년부터 지난 7월 촬영된 분량까지 광범위했다. 특히 인테리아가 국방부에 제출한 17건 가운데 10건은 지난해와 올해 촬영한 최근 자료였다.
군사 전문가들은 구글 맵이나 구글 어스 같은 위성 기반 서비스에서는 주요 군사 시설을 흐릿하게 처리해 왔지만, 공공 도로를 달리며 촬영하는 스트리트뷰가 보안의 '빈틈'이었다고 지적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가 적대 세력에게 군사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직 사령관 "사보타주(파괴공작) 계획 짤 수준… 충격"
이번 보안 허점을 두고 군 당국과 전문가들 반응은 달랐다.
폴란드 국방부는 인테리아 측에 "해당 이미지는 사진 촬영 당시 상황일 뿐이며, 상당수는 몇 해 전 자료라 현재 인프라 상태나 작전 현황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장 안보 위협이 될 가능성은 작게 본 셈이다. 국방부는 이어 "구글 지도와 어스에 대한 보안 처리는 끝냈으며, 스트리트뷰도 구글 폴란드 측이 가림 처리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폴코 전 사령관은 "군사 시설 보안 상태를 확인해 보니 (외부 세력이) 사보타주(파괴공작)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정도였다"며 늑장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접경국인 폴란드의 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에, 이런 정보 노출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보다 빠른 기술… 온라인 감시의 한계
폴란드 정부는 안보를 강화하려고 지난 2023년부터 군사 시설과 특수 기관을 사진으로 찍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처벌받는 강력한 규제지만, 전 세계 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실시간으로 통제하기에는 벅차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새로 창설하는 부대를 우선순위로 두고 구글 측과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며 "이미 공개된 온라인 이미지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번 일이 세계 지도 서비스의 편의성과 국가 안보가 부딪친 대표 사례라고 분석한다. 구글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각국 정부가 요청할 때만 뒤늦게 조치하는 경우가 많아, 안보 시설이 많은 국가에서는 먼저 감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남의 일 아닌 '디지털 안보'… 한국은 구멍 없나
이번 사태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도 주의를 촉구한다. 한국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구글에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막고 주요 시설을 가리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외 위성 서비스나 수시로 바뀌는 거리 사진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보안 전문가들은 "상용 위성과 스트리트뷰 해상도가 좋아지면서 우리 군사 시설이 노출될 위험도 커졌다"며 "폴란드 사례를 거울삼아 디지털 공간 속 보안 허점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