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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달러 시대 저무나"...월가, 내년 美 추가 금리 인하에 달러 약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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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달러 시대 저무나"...월가, 내년 美 추가 금리 인하에 달러 약세 전망

트럼프 정부의 금리 압박· 정책 완화 사이클에 내년 달러지수 3% 하락 예상
엔·유로·파운드·원화 등 강세 전환 가능성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여성이 미국 달러 지폐를 세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여성이 미국 달러 지폐를 세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계속 인하함에 따라 내년 미국 달러화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올해 상반기에 1970년대 초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나, 하반기에 뒷심을 발휘하며 최근 6개월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그렇지만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도 미국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는 반면,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면서 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전환할 것으로 분석했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자체 집계한 6곳 이상의 주요 투자은행의 전망을 토대로 내년 말까지 달러지수가 약 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G10(주요 10개국) 외환 전략 책임자 데이비드 애덤스는 “시장이 더 깊은 금리 인하 사이클을 반영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는 달러 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는 상당한 여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연준, 금리 인하 지속


투자은행 전략가들은 내년에 연준이 추가로 0.25%포인트(25bp)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전반적인 금융 환경이 달러 약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후임으로 지명할 인물이 백악관의 압박에 따라 더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동결할 전망이고, 일본은행(BOJ)은 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기업 이익 증가, 미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온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반길 만한 흐름이다.

달러 약세는 또한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좇아 자금을 해외로 이동하면서 신흥국 시장의 랠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에 따라 브라질 헤알화와 함께 한국 원화 및 중국 위안화 등 일부 아시아 통화의 상승 가능성에 주목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캐나다 달러와 호주 달러 등 기타 G10 통화가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에 힘입어 낙관적인 전망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다른 지역의 경제 상황이 좋아질 때 달러 가치는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낙폭은 제한적일 듯


다만 달러화의 약세가 올해 상반기처럼 전방위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달러는 주요 통화 전반에 대해 약세를 보이며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약 8%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이후 최대 연간 낙폭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달러 약세 전망이 미국 노동시장이 계속 둔화할 것이란 분석에 기반하지만,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가 놀라운 회복 탄력성을 보였던 만큼 실제 노동시장 둔화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달러화가 내년에 강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SC)는 AI 붐이 이끄는 미국의 성장세가 해외 자금을 끌어들여 달러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