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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삼성SDI 편광판 1조원대 매각…중국 산진·헝메이 글로벌 56%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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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삼성SDI 편광판 1조원대 매각…중국 산진·헝메이 글로벌 56% 장악

LCD 핵심 소재 편광판, 중국 저가 공세에 한국 '전략적 철수'
2026년 신규 증설 거의 없어 공급 6.6% 증가 그쳐…가격 안정 기대감
중국 편광판 업체들이 한국 기업의 사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편광판 업체들이 한국 기업의 사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중국 편광판 업체들이 한국 기업의 사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18(현지시각) 중국 산진 옵토일렉트로닉스(Shanjin Optoelectronics)와 헝메이 그룹(Hengmei Group)이 한국 업체의 편광판 자산을 흡수하며 과점 체제를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편광판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부착해 빛의 방향을 조절하는 핵심 광학 필름으로, 스마트폰·노트북·TV 등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 제품에 필수다. LCD 패널 1장당 2매의 편광판이 필요해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Sigmaintell)에 따르면 산진은 2021LG화학의 편광판 생산 라인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전 세계 편광판 생산능력의 30% 이상을 확보해 글로벌 1위에 올랐다. 헝메이는 올 9월 삼성SDI의 편광필름 자산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026년에는 26%까지 확대돼 2위 자리를 확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업체를 합치면 글로벌 시장의 56%를 장악하는 셈이다.

한국 업체 연쇄 철수…SKC·코오롱도 사업 정리


LG화학은 20239월 편광판 사업을 산진에 2690억 원에, 편광판 소재 사업을 허페이 신메이 머티리얼즈(Hefei Xinmei Materials)8292억원에 매각했다. 삼성SDI도 올 9월 청주·수원 사업장의 편광필름 제조시설과 중국 우시법인 지분 전량을 우시헝메이광전재료유한공사(Wuxi Hengxin Optoelectronic Materials)11210억 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SKC20226월 필름 사업을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16000억 원에 매각했으며,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적자가 계속된 필름 사업 매각을 검토 중이다. 한때 글로벌 LCD 편광판 시장 점유율 27%를 차지했던 LG화학을 비롯해 국내 주요 업체들이 모두 편광판 사업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한국 업체들의 철수는 중국 저가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삼성SDI 우시법인은 201964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308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원자재와 대규모 증설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서 한국 업체들은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에 내몰렸다.

중국 외에 일본 스미토모 케미컬(Sumitomo Chemical)도 지난달 중국 편광판 생산시설을 선전 써니폴 광전자(Shenzhen Sunnypol Optoelectronics)에 매각하기로 했다. 써니폴은 인수와 신규 증설을 통해 점유율 5% 미만에서 글로벌 3위로 올라섰지만, 상위 2개 업체에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증설 둔화로 2026년 공급 과잉 완화…가격 압박 줄어들 듯

중국 업체들의 시장 통합으로 경쟁이 안정되면서 생산 능력 확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계획된 3미터 초광폭 라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2026년에는 대량 생산에 들어갈 신규 생산 라인이 거의 없어 전 세계 편광판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6.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LCD 패널의 유효 공급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급 균형이 개선되면서 가격 안정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수년간 공격적 확장으로 전체 시장은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다. 지속적인 공급 흑자 속에서 편광 제조업체들은 구조적으로 패널 제조업체보다 가격 협상력이 약한 상황이다. 2분기 일부 제품 가격이 평균 5% 인상됐지만 선별된 제품과 고객에 한정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편광판 시장이 중국 주도로 재편되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은 지속되지만, 2026년 이후 공급 증가 둔화로 점진적 안정화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