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우주 군비 경쟁 프레임과 도쿄의 우주방위 제도 개편이 드러낸 신냉전 질서의 정체 그리고 한국의 전략적 과제
중국, 우주가 확장억제의 기반이 된 시대에 일본의 우주 방위 구상과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정보기관 설립을 경고함으로써 중국에 맞서 동맹들을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시스템에 대한 견제 본격화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은 우주 감시 정찰 역량은 전구 수준 의사결정 속도를 뒷받침하는가, 위성 데이터와 지상 지휘 통제 간 데이터 통합이 이뤄지고 있는가, 동맹 네트워크와 연결해 핵심 알고리즘을 지킬 수 있는가 등 3 가지
중국, 우주가 확장억제의 기반이 된 시대에 일본의 우주 방위 구상과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정보기관 설립을 경고함으로써 중국에 맞서 동맹들을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시스템에 대한 견제 본격화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은 우주 감시 정찰 역량은 전구 수준 의사결정 속도를 뒷받침하는가, 위성 데이터와 지상 지휘 통제 간 데이터 통합이 이뤄지고 있는가, 동맹 네트워크와 연결해 핵심 알고리즘을 지킬 수 있는가 등 3 가지
이미지 확대보기우주가 다시 역내 질서를 둘러싼 전장의 중심으로 부상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인민해방일보가 일본의 우주 방위 구상과 정보 체계 개편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두 편의 글을 게재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우주 군사화 논쟁이지만 실제로는 동아시아 세력균형과 동맹 구조의 재편을 둘러싼 신호전이다.
과거의 힘의 경쟁이 해상과 공중의 플랫폼을 둘러싸고 벌어졌다면 오늘의 경쟁은 보이지 않는 층위에서 먼저 눈을 얻고 먼저 판단을 내리고 먼저 연결을 끊는 능력을 둘러싸고 진행된다. 그 핵심이 우주 기반 감시 정찰 통신 항법이며 그 위에 정보 조직과 의사결정 체계가 결합한다.
일본이 말하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군사적 목적의 정당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민간 사회의 생존 인프라가 위성에 의존하는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다. 일본과 중국 양측의 언어가 충돌하는 지점에는 기술 패권 경쟁의 구조 변화가 놓여 있다.
우주가 억제의 기반이 된 시대
우주가 전장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우주 공간의 위성은 전쟁에서만 쓰이는 도구가 아니라 평시의 국가 운영을 떠받치는 신경망이다. 통신과 금융과 물류와 에너지와 교통이 위성에 기대고 있고 군사 작전의 감시 정찰과 표적 획득과 지휘 통제 역시 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완성된다. 따라서 우주가 흔들리면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국가의 기능이 흔들린다. 이 때문에 우주는 전쟁을 준비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전쟁을 막기 위한 억제의 공간이 된다.
일본이 우주 방위 지침을 마련하고 위성 보호와 기술 협력과 조직 격상을 추진하는 흐름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일본이 우주 활동을 감시하는 조직을 확대하고 공군의 정체성을 항공 우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작전 영역의 확대를 뜻한다. 우주에서의 상황 인식이 항공 작전과 미사일 방어와 해양 작전과 결합할 때 일본의 전구 대응 능력은 질적으로 바뀐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도 바로 그 결합이다.
중국의 프레임 전쟁과 역사 카드의 동원
여기에 더해 중국은 기억의 정치라는 가장 강한 무기를 꺼낸다. 난징대학살 기념일을 전후로 일본 우익 정치의 도발이 아시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논평을 내놓은 것은 역사 문제를 현재의 안보 위기로 접속시키려는 시도다. 과거의 비극을 소환하면 일본의 군사적 조치를 방어적 대응이 아니라 군국주의 부활의 징후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이 우주와 정보 조직이라는 기술 의제를 역사와 도덕의 언어로 감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논리와 제도 개편의 속도
일본의 논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일부 국가가 국제 위성을 방해하고 민간 생활까지 위협하는 시대에 우주의 안정적 이용은 군사와 민간 모두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위성 교란은 군사 시설만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망과 항법 체계를 흔들어 사회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 우주 방위는 전쟁 대비를 넘어 재난 대응과 사회 안전의 일부로 포장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바로 그 포장을 공격한다. 기술적 위장과 개념적 혼선이라는 표현을 통해 일본이 방어와 평화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공격적 체계의 기반을 쌓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립은 단순히 말싸움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를 의미한다. 신뢰가 사라진 환경에서는 상대의 방어 조치도 공격 준비로 읽힌다. 그 결과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다. 한쪽의 안전 추구가 다른 쪽의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이 다시 안전 추구를 자극한다.
정보 조직을 둘러싼 또 하나의 전장
이번 논쟁에서 우주 못지않게 중요한 축은 정보 조직이다. 최근 일본이 기존 내각 조직을 격상하고 여러 부처의 정보를 통합해 국가정보국 성격의 기관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단지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 수집과 분석이 통합되면 정책 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위기 대응의 일관성이 커지며 동맹과의 정보 공유도 구조화된다. 중국이 이를 일본 안보 정책의 추가 확장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정보 체계가 군사력 증강의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같은 정보 기관이 설립될 경우 일본의 군사 확장을 더 강하게 뒷받침하고 나아가 자국을 상대로 한 선제적 타격 능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서 핵심은 선제라는 단어가 아니라 타격이라는 단어다. 우주 기반 감시와 정밀 타격 능력은 정보 체계가 뒷받침할 때 완성된다. 정보 조직의 개편과 우주 조직의 격상은 따로 떨어진 조치가 아니라 하나의 전쟁 방식으로 수렴한다. 먼저 보고 먼저 결심하고 먼저 끊어내는 체계가 완성될수록 위기는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높은 강도로 폭발할 수 있다.
대만을 둘러싼 말의 전쟁이 구조를 바꾼다
중일 갈등이 심화된 직접 계기로 거론되는 것은 다카이치 총리가 한 대만 유사 시, 즉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이다. 일본 지도부가 대만 사태를 자국의 존립 위기와 연결하는 인식을 드러내자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며 철회를 요구했고 일본은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적 보복이 오가고 교류가 취소되며 긴장이 고조됐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발언이 아니라 그 발언이 보여준 전략적 전제다. 일본이 대만을 자국 안보의 경계선 안으로 공식적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중국은 일본을 단순한 주변국이 아니라 잠재적 전장 상대의 범주로 인식하게 된다.
여기에서 우주와 정보 체계의 문제는 대만 문제와 결합한다. 대만 주변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실시간 감시와 표적 정보이며 그 다음은 지휘 통제의 연속성이다. 우주와 정보의 결합은 대만 유사시에 곧바로 군사적 효용을 갖는다. 중국이 일본의 우주 야망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대만 발언을 문제 삼는 이유는 두 사안이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체제와 동맹의 비용 재배분
이 사안을 신냉전의 구조 속에 놓고 보면 또 다른 층위가 보인다. 트럼프 2기 체제의 특징은 동맹의 가치를 인정하되 그 비용을 재배분하려는 압박이 강하다는 점이다. 동맹들에게 방위비 분담을 더 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인도 태평양에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동맹들은 자율성 확대와 역할 확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다. 일본의 우주 방위 강화와 정보 체계 강화는 동맹들의 기여 확대라는 관점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에 큰 도움이 된다. 우주 기반 감시 정찰과 정보 통합은 연합 작전의 효율을 높이고 미군의 부담을 줄이며 동맹의 대응 속도를 끌어올린다.
중국은 이 같은 흐름을 미국 중심의 봉쇄망 강화로 읽는다. 따라서 중국의 비판은 일본만 향한 것이 아니다. 일본의 조치가 미국의 네트워크와 결합하는 순간 중국이 감당해야 하는 불확실성과 비용이 커진다. 중국이 우주 군비 경쟁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동맹 결속을 흔드는 심리전이자 주변국을 향한 경고다. 동맹에 깊게 들어갈수록 중국과의 갈등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유럽 후퇴와 아시아 전면화의 연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전략이 흔들리며 미국의 시선이 점차 아시아로 이동한다는 진단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동아시아의 긴장은 더 구조적이 된다. 유럽에서의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은 동맹의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아시아 동맹은 자체 역량 증대를 통해 빈 공간을 메우려 한다. 일본의 우주와 정보 강화는 그 빈 공간을 채우는 대표적 방식이다. 동시에 중국은 유럽 전선을 지켜보며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창을 계산한다. 말의 전쟁이 거의 매일 이어지는 풍경은 긴장 관리가 어려운 구조적 환경을 반영한다.
한국의 전략적 질문이 더 이상 뒤로 밀리지 않는다
이 대립 구도에서 한국은 관망자일 수 없다. 우주 기반 체계와 정보 통합은 한국군의 전력 운용과 직결된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와 정밀 타격과 연합 작전은 감시 정찰 자산과 데이터 처리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우주가 국가 인프라가 되는 시대에 우주 안보를 산업 정책으로만 취급하면 군사적 공백이 생기고 그 공백은 외교적 선택지를 줄인다.
한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세 가지다. 한국의 우주 기반 감시 정찰 역량은 전구 수준 의사결정 속도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가. 위성 데이터와 지상 체계와 지휘 통제 체계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엮는 데이터 통합이 진척되고 있는가. 동맹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도 핵심 정보와 알고리즘 주권을 지킬 구조가 준비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면 한국은 위기 때 눈과 귀를 남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 의존은 곧 전략의 종속으로 이어진다.
기술 주권과 안보 주권을 묶는 국가 전략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우주를 독립된 전력 축으로 격상하는 결심과 이를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의 재설계다. 위성 체계와 발사체와 지상국과 데이터 분석과 사이버 보안이 따로 놀면 전력화는 늦고 비용은 커진다. 반대로 국방 수요가 민간 혁신을 자극하고 민간 기술이 국방 체계를 고도화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면 한국은 동맹에 기여하면서도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우주 안보는 방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이며 산업 정책과 군사 전략을 분리할수록 손해가 커진다.
핵과 미사일의 시대에 우주가 더 위험한 이유
한국이 늘 강조해 온 핵과 미사일 억제는 여전히 핵심이지만 우주가 결합하는 순간 억제의 성격이 바뀐다. 감시 정찰이 정밀해지고 지휘 통제의 연속성이 강화되면 선제와 보복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상대는 위성 교란과 사이버 공격으로 눈을 가린 뒤 제한적 타격을 시도할 유인을 갖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확장억제의 신뢰가 흔들릴 때 공포가 커지고 공포가 커질수록 강경책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한국이 우주 기반 체계에서 뒤처지면 핵과 미사일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눈이 없으면 말도 힘을 잃기 때문이다.
우주를 안보의 현재로 재정의할 때 대전략 수립 가능
중국이 던진 우주 군비 경쟁 프레임과 일본이 추진하는 우주 조직과 새 정보 기관 설립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신냉전 질서의 새로운 표준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어느 편의 언어를 따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눈과 귀와 연결망을 스스로 구축해 위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우주를 산업의 미래로만 보지 않고 안보의 현재로 재정의하는 순간 한국은 동아시아의 격랑 속에서도 대전략을 가질 수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