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 서버 패권, ‘연산’ 아닌 ‘열(熱)’이 가른다…“식혀야 산다”

글로벌이코노믹

AI 서버 패권, ‘연산’ 아닌 ‘열(熱)’이 가른다…“식혀야 산다”

엔비디아 칩 하나가 수백 와트(W) 열기…데이터센터 생존 공식 ‘쿨링’
칩·서버·랙·룸 5단계 ‘입체 냉각’ 필수…2026년 ‘액체 냉각’ 대중화 원년
인공지능(AI) 혁명이 데이터센터의 설계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AI 가속기의 전력 소비량이 칩당 수백 와트(W)를 넘어서면서, 열 관리 능력이 인프라의 보조 수단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으로 격상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혁명이 데이터센터의 설계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AI 가속기의 전력 소비량이 칩당 수백 와트(W)를 넘어서면서, 열 관리 능력이 인프라의 보조 수단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으로 격상했다. 사진=로이터
"이제 AI 서버의 성능은 얼마나 빨리 계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뜨거워지지 않게 을 잘 다스리느냐에 달렸다."

인공지능(AI) 혁명이 데이터센터의 설계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디지타임스 아시아는 22(현지시각) AI 가속기의 전력 소비량이 칩당 수백 와트(W)를 넘어서면서, 열 관리 능력이 인프라의 보조 수단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으로 격상했다고 보도했다.

칩부터 방 전체까지… 물 샐 틈 없는 ‘5단계 열 방어선


보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업계는 계층형 열 관리(Layered Thermal Management)’라는 새로운 설계 철학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열이 발생하는 근원지인 반도체 칩에서부터 시작해 서버, (Rack), 서버 열(Row), 그리고 데이터센터 공간(Room) 전체에 이르기까지 5단계에 걸쳐 체계적으로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더운 방에 에어컨 하나를 틀어두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열이 나는 칩 하나하나에 얼음주머니를 대고(칩 냉각), 컴퓨터 본체에는 선풍기를 달고(서버 냉각), 이들이 모인 선반에는 냉각수가 흐르는 파이프를 설치(랙 냉각)하는 식으로 중첩 방어막을 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는 손톱만 한 크기에서 헤어드라이기 수십 대와 맞먹는 고열을 뿜어낸다""기존의 바람만 불어넣는 공랭식으로는 이 열기를 감당할 수 없어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미세 수로 뚫고, 물과 바람 섞어 쓰고… 하이브리드가 대세


가장 시급한 과제는 칩 단계(Chip Level)의 발열 제어다. 업계는 칩 바로 위에 냉각수가 흐를 수 있는 미세한 수로인 '마이크로채널(Microchannel)'을 뚫어 열을 직접 식히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 물을 흘려보내면 금방 식는 원리와 같다. 여기에 칩과 냉각기 사이의 빈틈을 메워 열전달을 돕는 열 인터페이스 물질(TIM)’도 고열을 견디는 첨단 신소재로 진화 중이다.

서버 단계에서는 하이브리드(Hybrid)’ 구성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엔진처럼 가장 뜨거운 핵심 프로세서(CPU·GPU)는 냉각 효율이 높은 액체 냉각(수랭식)으로 식히고, 상대적으로 열이 덜 나는 저장장치나 전원 부품은 공기 순환(공랭식)으로 식히는 방식이다.

수십 대의 서버가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인 랙(Rack) 단계는 배관 공사가 핵심이다. 랙은 단순한 거치대가 아닌 냉각수를 각 층(서버)으로 보내고 회수하는 거대한 파이프 허브 역할을 한다. 특히 AI 서버는 부품 교체가 잦은데, 물과 전기는 상극이므로 물 한 방울이라도 새면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도 호스를 뺐다 꼈다 할 수 있는 신속 연결 부품(Quick-connect)’과 미세한 누수도 감지하는 센서 기술이 필수적으로 적용된다.

쿨링 이코노미(Cooling Economy)’의 개막… 단순 부품서 구독 모델로 진화


AI 열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는 자본 시장에서 쿨링 이코노미(Cooling Economy)’라는 새로운 투자 영역을 창출하고 있다. 원문 보도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의 분석을 종합하면,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단순한 팬(Fan) 제조를 넘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 솔루션과 냉각수 분배 장치(CDU), 특수 냉매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시장은 액체 냉각 분야가 일회성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유지·보수와 냉각 소재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Recurring Revenue)’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HBM4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 과정에서 열전도 소재(TIM) 고도화와 패키징 기술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은 데이터센터의 비용 효율화 요구와 맞물려 액체 냉각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전환되는 원년이라며 관련 밸류체인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