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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산타 랠리’로 극적 부활하나…"2026년 S&P500, 7600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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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산타 랠리’로 극적 부활하나…"2026년 S&P500, 7600 뚫는다"

12월 하락세 딛고 반등 시동…마이크론·금리 인하가 구원투수
엔화 변동성·AI 거품론은 '경계'…월가 "내년 기업이익 15% 성장"
인공지능(AI)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며 S&P500 지수가 12월 ‘산타 랠리’를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며 S&P500 지수가 12월 ‘산타 랠리’를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12월의 이례적인 부진을 딛고 연말 상승장인 이른바 ‘산타클로스 랠리’ 채비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와 엔화 변동성이라는 악재가 여전하지만 물가 안정과 견조한 기업실적 전망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는 ‘불씨’가 됐다. 월가는 내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현재보다 12% 이상 상승해 사상 최고치인 7600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런스는 22일(현지 시각) “시장을 짓누르던 12월의 불확실성을 뚫고 산타클로스 랠리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산타클로스 랠리는 통상 한 해의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12월의 ‘이례적 추락’…반전 이끈 건 ‘실적’과 ‘금리’


전통적으로 12월은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달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12월은 평균 1.4% 상승률을 기록하며 한 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올해 12월 초반 분위기는 달랐다. S&P500 지수는 이달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지난주 후반 이틀간 1.7% 반등했음에도 주간 기준으로는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을 당혹하게 만든 이번 하락세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AI 투자 붐이 얼마나 지속될지, 대형 기술주(빅테크) 몸값이 너무 비싼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진 탓이다. 실제 ‘매그니피슨트 7(M7)’으로 불리는 주요 기술주 흐름은 엇갈렸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은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하락세를 탔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을 이끈 건 역시 ‘실적’과 ‘금리’였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내놓은 견조한 매출 전망은 식어가던 AI 투자심리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여기에 11월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고용시장 열기가 식고 있다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엔화의 습격과 데이터 공백…남은 불안 요소


물론 시장을 짓누르는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가장 큰 변수는 일본 엔화다.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과 일본 국채 수익률 격차가 좁혀졌고, 이는 엔화 가치 상승(엔화 강세)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다. 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공포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일본 재무성이 환율 방어에 나섰을 때 S&P500 지수가 사흘 만에 6.1% 급락하고 공포지수(VIX)가 치솟았다.

삭소뱅크의 존 하디 글로벌 거시전략 책임자는 “엔화 변동성이 계속 커지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시장이 스스로 안정을 찾지 못하면 당국의 공식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 수집에 차질이 빚어진 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조나스 골터만 부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연준 의장이 데이터 신뢰도 문제를 언급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지표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7600선 간다”…낙관론의 근거


이런 우려 속에서도 월가는 연말과 내년 증시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레조네이트 웰스 파트너스의 알렉산더 길리아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산타클로스 랠리를 펼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면서 “최근의 주가 하락은 주식 비중이 낮은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2026년 장밋빛 전망도 잇따른다. 월가 분석가들은 내년 말 S&P500 지수 목표치 중간값을 약 7600포인트로 제시했다. 현재 수준보다 12% 이상 높은 수치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집계에 따르면 기업 이익은 약 15%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기업 이익이 더 빨리 늘어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낮아져 밸류에이션 부담을 덜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도 호재로 꼽힌다.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AI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이 증시를 떠받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글래서 CIO는 “선제적인 재정 부양책과 탄탄한 미국 소비 덕분에 2026년에도 기업 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주식 시장은 긍정적이지만 다소 완만한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12월의 짧은 숨 고르기가 과열된 시장을 식히고 내년 상승장을 위한 건전한 조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산타클로스가 조금 늦었을지 모르지만, 월가의 연말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