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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AI 은행만 생존”… 화웨이 “앱(App) 시대 가고 ‘슈퍼 에이전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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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AI 은행만 생존”… 화웨이 “앱(App) 시대 가고 ‘슈퍼 에이전트’ 뜬다”

화웨이 커넥트 2025 파리서 ‘AI 뱅크’ 청사진… 금융권 AI 도입 ‘시범’ 넘어 ‘본궤도’
승부처는 모델 성능 아닌 ‘엔지니어링 실행력’… 대출 심사 2주→20초 ‘파격 단축’
韓 금융권, 챗봇 넘어선 ‘초개인화·속도전’ 과제 직면… 레거시 혁신 시급
전 세계 금융 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단순한 실험실의 ‘시범 사업(Pilot)’에서 꺼내 은행 운영의 핵심 심장부로 이식하는 거대한 ‘본궤도’에 진입했다. 미래 금융 시장은 AI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AI 은행’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기타 은행’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금융 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단순한 실험실의 ‘시범 사업(Pilot)’에서 꺼내 은행 운영의 핵심 심장부로 이식하는 거대한 ‘본궤도’에 진입했다. 미래 금융 시장은 AI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AI 은행’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기타 은행’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전 세계 금융 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단순한 실험실의 시범 사업(Pilot)’에서 꺼내 은행 운영의 핵심 심장부로 이식하는 거대한 본궤도에 진입했다. 미래 금융 시장은 AI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AI 은행,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기타 은행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화웨이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25(Huawei Connect 2025)’와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한 백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하며, 향후 금융 패권을 가를 핵심 열쇠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엔지니어링 실행력(Engineering Execution)’을 지목했다.

(App)은 갔다, 이제는 슈퍼 비서… 초개인화가 생존 조건


제이슨 카오(Jason Cao) 화웨이 디지털 파이낸스 최고경영자(CEO)미래에는 AI 은행과 그 외의 은행, 단 두 가지 유형만 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디지털화가 은행 업무를 오프라인 지점에서 온라인으로 옮겨놓았다면, AI는 이를 다시 한번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은행들은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AI 도입으로 모든 고객에게 프리미엄급 초개인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확장이 아니다. 카오 CEO디지털 시대에는 뱅킹 앱이 모든 서비스의 관문이었지만, AI 시대에는 모바일 속 슈퍼 비서(AI Agent)’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고객의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을 인지하고 선제 행동을 제안하는 금융 관리자역할을 AI 에이전트가 수행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은행은 자원 활용 효율을 높이고 오류를 줄이며 수익성을 개선하는 구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모델보다 엔지니어링… 실행 속도가 경쟁력


이번 분석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기술(Model)’보다 공학(Engineering)’을 강조한 점이다. 많은 금융사가 더 나은 AI 모델을 찾는 데 골몰하지만, 정작 승부는 이를 현업에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적용하느냐는 실행력에서 갈린다는 것이다.

화웨이 측은 금융기관은 AI의 장기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도, 단기 성과를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모델 품질 경쟁보다는 운영 실행 능력이 차별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화웨이는 핀에이전트 부스터(FAB·FinAgent Booster)’라는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는 금융권에 특화한 AI 템플릿과 도구 모음으로, 복잡한 개발 과정을 줄여준다.

실제 성과도 구체 수치로 제시됐다. 화웨이의 FAB 플랫폼을 도입한 중국의 한 도시상업은행은 통상 몇 달이 걸리던 지능형 대출 심사 시스템 구축을 단 2주 만에 끝냈다. 중동의 한 선도 은행은 신용카드 발급 승인 시간을 기존 10분에서 20초로 단축했다. 동남아시아의 한 디지털 은행은 핵심 뱅킹 시스템(Core Banking System) 구축 기간을 6개월~1년에서 35일로 앞당겼다.

규제는 장벽 아닌 가이드라인… 인간 중심 AI 필수


유럽연합(EU)‘AI (AI Act)’디지털 운영 복원력법(DORA)’ 등 강화하는 글로벌 규제 환경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 금융 허브들도 책임성, 투명성, 공정성을 강조하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규제가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고 보고 있다. 카오 CEO설명 가능하고 감사 가능하며, 인간 중심적인 AI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AI가 내린 결정 과정을 추적하고 인간이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은행만이 규제 파고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화웨이는 이 같은 AI 전환이 경영진의 선언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한 대형 금융기관이 직원 1000여 명을 중국 화웨이 본사로 보내 연수를 진행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직 문화와 직원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 도입은 공염불에 그친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글로벌 금융 파트너 프로그램인 롱하이(Longhai)’금융 파트너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FPGGP)’을 통해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금융 시장에서 검증한, 이른바 중국 속도(China Speed)’를 글로벌 은행들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오 CEO의사결정 주기를 압축하고 감독 기능을 유지하며 책임감 있게 AI를 도입하는 은행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이제 은행은 전통적인 발주처-공급사관계를 넘어 기술 파트너와 공동 창조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韓 은행권, ‘챗봇넘어 ‘AI 뱅커로… 레거시 혁신이 관건


이번 화웨이의 분석은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AI 대전환(AX)’에 사활을 건 한국 금융권에 주목할 점이 많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단순 응대형 챗봇을 넘어 자산관리와 대출 심사를 수행하는 ‘AI 뱅커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수십 년간 누적된 낡은 전산망(레거시 시스템)과 경직된 조직 문화가 AI의 현업 적용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금융 당국의 망 분리 규제 완화로드맵에 따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생성형 AI 도입의 빗장이 풀린 점은 기회이자 위기다. 글로벌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초 단위로 줄이는 속도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 은행들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질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초개인화 서비스를 얼마나 빠르게 구현해내느냐가 향후 10년 금융 패권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