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는 소프트웨어, 모델업체는 인프라 시장"…수익구조 정반대

오픈AI 이사회 의장이자 고객서비스 AI 스타트업 시에라(Sierra) 창립자인 브렛 테일러는 더 인포메이션의 TITV 인터뷰에서 "에이전트 회사는 결국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처럼 될 것"이라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건전한 이윤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프론티어 및 기반 모델 회사는 서비스형 인프라 시장처럼 보일 것"이라며 "정말 대규모 수익이지만 마진은 항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 AI 기업 하비(Harvey)의 공동창립자 윈스턴 바인버그도 같은 인터뷰에 참여해 AI 업계의 빠른 변화상을 언급했다. 바인버그는 "AI 산업은 3개월마다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에이전트 시장 급성장, 2030년 471억 달러 전망
AI 에이전트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올해 76억 달러(약 10조6200억 원)에서 2030년 471억 달러(약 65조8400억 원)로 연평균 45.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용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비는 지난 2월 30억 달러(약 4조1900억 원) 기업가치로 3억 달러(약 4190억 원)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 6개월 동안 영업팀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고 CB인사이츠는 보고했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12월 10억 달러(약 1조3900억 원)였던 '연간화 매출'이 올해 6월에는 40억 달러(약 5조5900억 원)로 4배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연간화 매출이란 한 달 매출에 12를 곱해 1년 매출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실제 1년간 번 돈이 아니라 현재 속도로 1년간 벌면 얼마나 될지를 계산한 것이다. 특히 코드 생성 업무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
◇ 지금은 모델업체 유리, 앞으로는 에이전트 회사가 가격 정할 것
지금 상황은 테일러의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에이전트가 하는 일이 복잡해지면서 더 많은 컴퓨팅 용량이 필요해졌다. 이 때문에 큰 AI 모델 공급업체들이 에이전트 회사들한테서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127억 달러(약 17조7500억 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연간화 매출은 100억 달러(약 13조9700억 원)에 이른다고 미국 CNBC가 전했다. 그런데 여전히 적자다. 올해 약 50억 달러(약 6조98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테일러는 에이전트 회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에이전트 회사가 예전에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지원 같은 특정 기능의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훨씬 더 많은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일러는 이를 케이블TV나 셀룰러 통신 발전과 비교했다. 그는 "인터넷 파이프를 구축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쓴 통신 회사가 아닌, 인터넷 파이프 위에서 실행되는 앱으로 실제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AI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전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테일러가 자신 사업에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동기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 베라이즌이나 컴캐스트 같은 회사들이 앱보다는 파이프 구축에 집중했을 때 더 성공했다는 사례도 있다. 단일 초점이 핵심이었다. AI 분야에서도 이런 패턴이 반복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