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美 대사 30명 가까이 전격 소환 지시…외교 공백·사기 저하 우려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美 대사 30명 가까이 전격 소환 지시…외교 공백·사기 저하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 각국에 파견된 미국 대사 약 30명에게 수주 내 본국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외교 인력 공백이 불가피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를 통한 분쟁 해결을 강조해온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며칠 사이 각국 주재 대사들에게 내년 1월 중순까지 임지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오라는 통보를 했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치 대상은 모두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되고 상원의 인준을 받은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들이다. 통상 대사의 근무 기간은 3~4년으로 이번 소환은 임기 도중 이뤄진 셈이다.

◇ “외교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소환”


직업 외교관을 대표하는 노조인 미국외교서비스협회(AFSA)는 이같은 규모의 대사 소환은 미국 외교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니키 게이머 대변인은 “대상자들은 대부분 이유 설명 없이 전화로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며 “이같은 방식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게이머는 협회 기록을 확인한 결과 “현대 외교서비스 체제가 출범한 이후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를 이처럼 집단적으로 소환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는 직위로 직업 외교관과 정치적 임명직으로 나뉜다. 정치적 임명 대사는 정권 교체 시 사임하는 것이 관례지만 직업 외교관 대사는 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당 기간 임지를 유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소환의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대사는 대통령의 개인적 대표로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추진할 인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이는 모든 행정부에서 이뤄지는 통상적 절차”라고 밝혔다.

◇ 아프리카 등 전 세계서 외교 공백 확대


외교관들 사이에 비공식적으로 공유된 명단에 따르면 소환 대상은 전 세계 각 지역에 걸쳐 있으며 이 중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주재 대사가 약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여러 공관에 대해 아직 후임 대사를 지명하지 않은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수 미 대사직이 공석이며 이 경우 통상 부대사, 즉 직업 외교관이 공관장 대행을 맡고 있다.

◇ 외교관 사기 급락…“정책 수행 더 어려워”


이번 대규모 소환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체제 아래에서 근무하는 직업 외교관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FSA는 이달 초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8%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직장 내 사기가 악화됐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설문에 응한 2100명 이상 가운데 다수는 예산 축소와 업무 부담 증가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국의 대외 원조가 대폭 삭감되면서 외교 정책을 수행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86%에 달했다. 개선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루비오 장관은 올해 국무부 조직을 ‘재편’한다고 밝히며 7월에 약 13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264명은 직업 외교관이었으며 일부는 해외 근무를 앞두고 워싱턴에서 근무하던 중 해고 통보를 받았다.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 해외 부대사로 발령이 났던 고위 외교관 약 12명도 올해 초 해당 보직을 더 이상 맡지 않게 됐으며 이들 다수는 여성이나 유색인종이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