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영국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 조건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브렉시트 이후 체결된 EU·영국 무역협정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대EU 무역 관계 재설정 구상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영국상공회의소(BCC)가 지난 10월 약 9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EU로 수출하는 영국 기업의 53%가 현재의 EU·영국 무역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재임 시절인 2021년 체결된 EU·영국 무역협력협정(TCA)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한 기업은 16%에 그쳤다.
FT는 “이번 조사 결과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대EU 교역 실적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결과는 노동당 내부에서 EU와의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부 장관은 최근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다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스타머 총리의 기존 입장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로 해석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관세동맹 재가입은 정부의 ‘명확한 금지선’이라며 이를 넘을 경우 미국과 인도와 체결한 최근 무역 협정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스트리팅 장관은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특히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이탈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EU와 더 깊은 무역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더타임스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80%가 차기 지도부가 EU와 관세동맹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유민주당 지지자의 78%가 이에 찬성했고 보수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39%가 같은 의견을 보였다.
EU는 여전히 영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전체 수출의 40% 이상과 수입의 절반 이상이 EU와의 교역에서 나온다. 그러나 무역협력협정 발효 이후 여러 산업에서 EU로의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