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출가스 목표 100→90%로 완화, 바이든 충전소 50만 개 계획도 차질
포드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정부 규제보다 시장 혁신이 효과적"
포드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정부 규제보다 시장 혁신이 효과적"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정책 완화로 2035년 이후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마일드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량이 신차의 10%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EU 집행위는 성명을 통해 "전기차 수요 촉진을 위한 강력한 시장 신호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왜곡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행위는 2030년 소형 상용차 배출가스 감축 목표도 기존 50%에서 40%로 낮췄다. 전기 밴 보급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조치다. 유럽 전역에서 전기 밴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 명령만으로는 시장을 바꿀 수 없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포드, 전기차 사업 전면 재편…28조 원 손실 처리
미국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 전략에서 급선회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 15일 전기차 사업 재편에 따른 손실 195억 달러(약 28조1700억 원)를 향후 3년간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5억 달러(약 18조 원)는 올해 4분기에 계상된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차종은 포드가 유럽 정부들의 전기차 전환 정책과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찬 배출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핵심 모델이다.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부문에서 51억 달러(약 7조3600억 원) 손실을 냈고, 올해도 3분기까지 36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 픽업트럭의 주행거리가 무거운 짐을 실었을 때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가 치명적이었다. 이른바 '주행거리 불안감'이 F-150 라이트닝에 결정타를 날렸다. 포드는 앞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투자를 재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2030년까지 50만 개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던 연방 보조금 프로그램은 진행이 부진했다. 민간 투자를 포함한 미국 전체 공공 충전 포트는 현재 약 20만 개 수준이다. 복잡한 규제 절차가 연방 프로그램 진행을 지연시켰다. 안정적인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내연기관 엔진을 전기 모터로 바꾸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유럽 완성차업체들은 다른 입장을 보인다. 볼보와 폴스타 등은 재정적으로 실행 가능한 전기차 모델을 이미 생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유럽 의회에 2035년 금지 방침을 "확고히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좋은 제품을 판다면 정부 명령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과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청정에너지를 화석연료와 경쟁력 있게 만들면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혁신의 힘이 어떤 정부보다 에너지 전환에 훨씬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번 사례들은 정부 규제가 기후 변화 대응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긴다는 평가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수요와 기술 혁신을 따르지 못하는 강제적 전환 정책은 결국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 유럽·미국 엇갈린 정책에 전략 수정
이번 EU와 미국의 정책 변화는 현대차·기아에 양면성을 안겼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EU의 규제 완화로 하이브리드 전략이 유리해졌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18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이후 하이브리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3분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54.6% 증가했다.
부정적 측면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상반된 정책으로 전략 수립이 복잡해졌다.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소형 전기차 중심으로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 아이오닉3를, 기아는 EV2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지만, 미국 전기차 판매는 보조금 폐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과 유럽에서 각기 다른 전략 차종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개발 비용과 생산 복잡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