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소비 트렌드 대격변, 가공식품 지고 '기능성 음료' 뜬다
위고비 열풍에 스낵·맥주 '울상'... 셀시어스 63%↑ vs 코나그라 38%↓
트럼프 2기 '건강한 미국' 정책 변수... 기업 쪼개기·M&A로 생존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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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지갑 닫고 입맛 변했다... 전통 식품 기업의 '비명'
올해 미국 소비자 필수재(Consumer Staples) 시장은 지난 25년 만에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인플레이션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진 데다,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며 전통적인 가공식품을 외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식료품 기업들은 소고기, 코코아, 커피 등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원가 압박에 시달렸다. 여기에 관세 부담까지 겹치며 가격을 올릴 수도, 마진 감소를 감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민 정책 불확실성으로 식음료 주요 소비층인 히스패닉계의 소비가 위축됐고,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도 수요 감소를 부채질했다.
이러한 타격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시장 점유율을 뺏긴 가공식품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나그라 브랜드(-38%), 램 웨스턴(-34%), 캠벨(-32%) 등 주요 식품 기업 주가는 올해 30% 넘게 폭락했다. 주류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콘스텔레이션 브랜드는 주가가 39%나 빠졌고, 보스턴 비어와 디아지오 등도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살 빼는 약이 소비 지도 바꿨다"... 구조적 변화의 파도
업계가 직면한 더 큰 문제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가 아니라 소비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다. 위고비(Wegovy)와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미국인들의 식사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스낵, 탄산음료, 맥주 등 기존 식음료 업계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요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정책 기조도 부담이다.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캠페인 주도하에 합성 색소 퇴출 움직임이 설탕, 나트륨, 보존제 규제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이는 기업들에 제품 성분 변경(리포뮬레이션) 비용을 강요하고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우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초가공식품 대신 단백질, 식이섬유,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찾으면서 기능성 음료 시장은 급성장했다. 에너지 드링크 업체인 셀시어스 홀딩스는 올해 주가가 63% 급등했고, 몬스터 베버리지도 45% 올랐다. 건강한 수분 보충 음료로 주목받은 비타 코코 역시 45%의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존 위한 '새판 짜기'... 과감해야 산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과거 합병했던 사업을 다시 둘로 쪼개기로 했고, 큐리그 닥터 페퍼는 커피 사업 부문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은 활발하다. 펩시코는 프리바이오틱스 음료 제조사 '파피(Poppi)'를 품었고, 셀시어스는 '알라니 누(Alani Nu)'를 인수해 에너지 드링크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에 점수를 주고 있다. 앤하이저부시는 맥주 소비 침체 속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와 무알코올 제품 확대로 주가가 29% 올랐다. 코카콜라(+13%)와 허쉬(+12%) 역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선방했다.
내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닉 모디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소득 양극화와 노동 시장 불안 등을 고려할 때 상황이 나아지기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도 업계는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이라며 "향후 1~5년 내에 가치를 창출할 기업은 남들이 주저할 때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