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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피임용품에 13% 세금 부과…보육·돌봄 면세로 출산율 제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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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피임용품에 13% 세금 부과…보육·돌봄 면세로 출산율 제고 시도

지난 2021년 6월 1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 내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6월 1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 내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피임용품에 세금을 부과하고 보육·돌봄 서비스에는 면세 혜택을 적용하는 세제 개편에 나섰다.

고령화 심화와 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려는 정책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이하 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콘돔과 피임약, 피임기구 등 피임용품에 대해 13%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보육 서비스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던 지난 1994년 이후 유지해온 각종 세제 예외를 대폭 손질하는 세제 개편의 일환이다.

이번 개편에는 혼인 관련 서비스와 노인 돌봄 서비스에 대한 면세 조치도 포함됐다. 중국 당국은 이와 함께 육아휴직 확대와 현금 지원 정책도 병행하며 출산·육아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급속한 고령화와 경기 둔화 속에서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는 3년 연속 감소했고 2024년 출생아 수는 954만명으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피임용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논란을 낳고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이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출산율 제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소매업체들이 가격 인상 전에 미리 구매할 것을 권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평생 쓸 콘돔을 지금 사두겠다”는 풍자도 확산됐다.

베이징에 있는 위와 인구연구소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치열한 교육 경쟁으로 인한 학비 부담과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비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부동산 위기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과 경기 둔화도 젊은 세대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허난성에 거주하는 36세 남성 뤄다니엘은 BBC와 인터뷰에서 “아이 하나로 충분하다”며 “콘돔 가격이 몇 위안 오른다고 출산을 결정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상자 가격이 5위안(약 1035원)이나 10위안(약 2070원) 많아야 20위안(약 4140원) 오를 텐데 1년으로 따지면 수백 위안, 약 6만~10만 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시안에 사는 자오로시는 피임이 필수재인 만큼 가격 인상은 학생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게 위험한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정책의 가장 위험한 결과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의 인구학자 이푸셴은 “콘돔 가격 인상이 출산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해석은 과도하다”며 중국 정부가 부동산 침체와 국가 부채 증가 속에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의 부가가치세 수입은 약 1조 달러(약 1447조 원)로 전체 세수의 약 40%를 차지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헨리에타 레빈은 콘돔 과세가 출산 장려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정책 집행을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출산과 같은 개인적 선택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 당국이 여성들에게 생리 주기와 출산 계획을 문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윈난성 보건 당국은 임산부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런 방식이 정부에 대한 반감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BBC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