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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 공급 과잉으로”... 미국 ESS 배터리 시장의 극적인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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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 공급 과잉으로”... 미국 ESS 배터리 시장의 극적인 반전

전기차(EV) 수요 둔화가 가져온 뜻밖의 선물… 배터리 공장들 ESS로 ‘유턴
’LG·SK·삼성 등 한국 기업이 미국 내 ESS 셀 공급 80% 이상 장악 전망
미시간의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이미지 확대보기
미시간의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배터리 시장이 2026년 들어 전례 없는 ‘공급 과잉’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배터리 부족을 걱정하던 개발자들은 이제 한국계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용 라인을 ESS용으로 신속히 전환함에 따라 충분한 국내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5일(현지시각) 태양광 및 에너지 저장 전문 매체 솔라파워월드(Solar Power World)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미국 내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 전기차의 위기, ESS에는 ‘기회’가 되다


당초 미국 내 ESS 전용 공장을 짓겠다던 스타트업(KORE Power 등)들이 자금난과 건설 지연으로 난항을 겪는 사이, 시장의 구원자로 등장한 것은 기존의 전기차(EV) 배터리 거인들이었다.

북미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고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은 가동률이 떨어진 EV 라인을 ESS용 리튬인산철(LFP) 라인으로 재정비했다.

인터텍 CEA 분석에 따르면, 2026년 미국 내 ‘우려 외국 집단(FEOC)’ 규제를 준수하는 ESS 셀 공급량의 80% 이상을 한국 기업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 ‘OBBBA’와 ‘FEOC’가 만든 새로운 시장 규칙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의 새로운 정책 기조가 있다. 2025년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OBBBA)’ 법안은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는 축소하는 반면, ESS 제조 및 설치에 대한 세액 공제(ITC) 혜택은 유지하거나 강화했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FEOC(Foreign Entity of Concern) 규정에 따라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는 세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우드 매켄지는 2026년 미국 내 ESS 설치 수요를 약 49GWh로 예상하는데, 한국계 제조사들의 전환 물량만으로도 이 수요를 100% 충족하고도 약 10%의 잉여 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 전력망 강화의 핵심 ‘ESS’... "에너지 가격 인하 견인"


미국 청정 전력 협회(ACP)의 노아 로버츠 부사장은 "에너지 저장은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전력망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라며, "미국 공장들이 국내 수요를 100% 공급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이는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 있어 미국산 배터리가 안정적인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역사적으로 70~80%였던 공장 가동률을 얼마나 빨리 100%에 가깝게 끌어올리느냐가 2026년 미국 ESS 시장의 실제 물량과 가격 경쟁력을 결정짓는 마지막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