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부·통신망 초토화해 '개입의 창' 봉쇄…전쟁 장기화 막고 조기 종결 노려
美, 동맹 결집할 '시간' 빼앗길 위기…韓, 지휘통제·위기관리 시스템 재설계 시급
美, 동맹 결집할 '시간' 빼앗길 위기…韓, 지휘통제·위기관리 시스템 재설계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고슴도치는 시간을 만들고 참수는 시간을 지운다
대만 정부가 중국 인민해방군이 침공할 것에 대비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고슴도치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전쟁을 오래 끌어 중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과 가시성을 강요하려는 데 있다. 정면 승부가 아니라 지연과 소모를 무기로 삼고 국제 압력과 개입의 가능성이 자라날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분산된 소형 전력과 도시 방어, 휴대용 방공과 대전차, 드론과 유도탄의 조합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한다.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전쟁의 속도를 늦추고 전쟁의 대가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만의 이 같은 방어 전략에 맞서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대만 지휘부 참수 구상'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이 말하는 참수라는 것은 국제 압력과 개입의 시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쟁의 중심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상륙 이후의 소모전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소모전을 가능하게 하는 지휘와 통신, 데이터와 결심의 연결고리를 초기에 끊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대통령부와 군 지휘부, 통신 허브와 데이터 시설 같은 핵심이 마비되면 방어의 의지와 작전의 조율이 동시에 흔들린다. 고슴도치의 가시는 많아도 머리가 멈추면 제대로 찌르기 어렵다는 논리인 것이다.
미국의 가장 큰 도전은 화력이 아니라 개입의 창이 닫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만 참수 전략이 미국에 위협적인 이유는 중국이 전함, 미사일, 병력의 수량을 늘리고 있어서가 아니라 중국이 전쟁을 설계하는 방식 자체가 미국에 구조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참수형 전쟁은 미국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싸울 시간을 빼앗는다는 것이 워싱턴의 판단이다. 미국의 강점은 동맹의 결속과 연합전의 누적된 힘, 그리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커지는 산업과 재정의 지속력에서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지휘망 마비와 사회 기능 혼란을 노리는 초기 타격은 전쟁을 장기전으로 만들기보다 정치적 붕괴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그 같은 강점을 누리기 어렵게 된다.
드론과 인공지능은 첫날 전쟁을 신경계 전쟁으로 바꾼다
참수 구상에 등장하는 드론과 인공지능은 장식이 아니다. 현대전의 중심이 센서와 데이터, 통신과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먼저 보는 쪽이 먼저 때리고 먼저 끊는 쪽이 먼저 이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의 초점은 몇 대의 함정과 몇 기의 전투기가 아니라 지휘통제와 통신의 생존성, 대체망의 준비, 전장 인식의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전쟁을 더 짧게 만들 수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짧게 끝나면 미국의 대응 시간이 사라지고, 길게 가더라도 시작 단계의 혼란이 커지면 연합의 일관된 행동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패권 경쟁의 승부는 무기 체계의 숫자보다도 전쟁이 발발한 첫 며칠 동안 국가와 동맹이 정상적으로 결심하고 움직일 수 있느냐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국익은 대만 위기의 속도와 형태에 직접 연결된다
한국은 대만 시나리오를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한반도에서도 지휘망과 통신망을 겨냥한 혼란형 접근은 이미 가장 위험한 초기 국면으로 자리 잡아왔다. 미사일과 사이버, 전자전이 결합될 경우 전력의 강점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국가 시스템이 먼저 버텨야 한다. 전쟁의 전장은 전방만이 아니라 지휘와 통신, 전력망과 기반시설, 그리고 사회의 복원력이다.
셋째로 경제 충격의 속도가 달라진다. 대만 위기는 곧바로 반도체 공급과 해상 운송, 금융 시장의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참수형 접근은 충격이 단계적으로 오기보다 초기에 급격히 터질 가능성을 키울 우려가 크다. 한국처럼 외부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충격의 크기만큼이나 충격의 속도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대비가 시급하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대만 참수 구상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쟁이 상륙과 교전의 전쟁에서 지휘망과 사회 기능 마비의 전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경고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의 도전은 중국의 화력만이 아니라 동맹의 결심과 개입의 시간을 무력화하는 베이징의 전쟁 설계 변화다.
한국의 답은 분명하다. 더 많은 무기보다 먼저, 첫날의 충격을 견디고 복원할 수 있는 지휘와 통신, 기반시설과 위기관리 체계를 국가 단위로 재설계해야 한다. 그 위에서만 동맹은 더 빠르게 결심할 수 있고 한국의 억지는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