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장악하겠다는 위협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공개적인 대응을 내놓지 않으면서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 불안과 동요가 커지고 있다.
나토가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명확히 지지하는 성명을 내지 않자 동맹의 결속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나토는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확인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덴마크를 중심으로 결속을 다지려는 유럽연합(EU)의 움직임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는 지적이다.
유럽 각국 정부는 나토의 침묵이 미국의 일방적 행보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 이례적 침묵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프랑스와 일부 유럽 국가들이 그린란드에서 나토의 활동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럽 외교관들은 미국이 군사동맹의 핵심 축이라는 점이 나토의 공개 대응을 제약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침묵이 길어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는 데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나토가 논의에 나서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사안은 모두 나토 동맹국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나토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논의 자체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나토가 반드시 관여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가 그린란드 방위와 투자에 충분히 나서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해역 활동 증가를 거론해 미국의 개입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백악관은 그린란드를 장악하는 방식과 관련해 군사적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 동맹국 간 무력 충돌 우려
유럽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실제로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장악이나 병합을 시도할 경우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제5조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동맹국 간 직접 충돌은 나토의 존재 이유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뤼터 사무총장은 유럽이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렇게까지 조용할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나토 외교관은 “논의를 피하는 태도는 결국 현 상황을 용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덴마크, 저자세 접고 공개 경고
그동안 덴마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 대응을 자제하며 EU와 나토 동맹국들에도 같은 태도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기조를 바꿨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진지하게 장악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이 다른 나토 국가를 군사적으로 공격한다면 나토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덴마크 정치권에서도 나토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동맹 소속 카르스텐 바흐 덴마크 의원은 나토 조약 제4조에 따라 회원국 안보 위협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북극 안보 강화 필요성엔 공감”
나토 내부에서는 비공식 외교와 함께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 지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 담당 집행위원은 발트해 감시 임무를 예로 들며 그린란드에서도 유사한 협력 체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활동 증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덴마크가 군사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미국의 그린란드 내 역할 확대에도 일정 부분 개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