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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가들의 새로운 필수품 '해외 거주권'... 단순 이민 아닌 '사업용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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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가들의 새로운 필수품 '해외 거주권'... 단순 이민 아닌 '사업용 방패'

내수 침체 탈피 위해 글로벌 확장 가속화... 현지 신뢰 확보 및 규제 우회 수단으로 급부상
중산층 이주 열풍은 '부동산 하락'으로 주춤... 고액 자산가는 싱가포르·미국 선호
중국 상하이의 주거용 건물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의 주거용 건물들. 사진=로이터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국 기업가들 사이에서 외국 여권이나 장기 거주권 취득이 개인적 선호를 넘어 전략적 비즈니스 결정으로 변모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과거에는 삶의 질 향상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의 은행 계좌 개설, 계약 체결, 세금 혜택 등 실질적인 운영 편의를 위한 '사업용 자산'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 현지 거주권,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신뢰 프리미엄 높여


이집트에서 자동차 부품 창고를 운영하는 스티브 셰는 현지 시장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등록된 기업이 본토 기업보다 더 큰 신뢰를 받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영국 해사법 체계에 익숙한 아프리카 고객들은 동일한 법적 기준을 공유하는 투자자와 거래하기를 선호하며, 이 경우 최대 10%의 가격 프리미엄까지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에서 물류 사업을 하는 쑤샤오제 역시 그리스의 '골든 비자' 신청을 고려 중이다. 중국 국적만으로는 현지 은행 거래와 규정 준수 제약이 심해 창고 설립과 효율적인 물품 수송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EB-1C 비자 등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기업가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브랜드 신뢰도 향상은 물론 현지 채용과 세무 처리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 부동산 침체가 바꾼 이주 지도…중산층은 '포기', 자산가는 '다각화'


한때 중국 이주 시장을 주도했던 중산층의 열기는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빠르게 식고 있다. 선전의 한 인사 관리자는 유럽 이주를 꿈꿨으나 보유한 아파트를 팔아도 대출 상환 후 이민 비용을 충당하기가 어려워지자 꿈을 접었다.

중국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주택 가격 하락은 곧 이주 자금의 증발을 의미한다.
반면, 고액 자산가(HNWIs)들의 관심은 오히려 높아졌다. 후룬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중국 자산가의 42%가 해외 거주를 고려하거나 신청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단순히 몸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거나 홍콩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복잡한 해외 지배구조를 설계해 자산 위험을 분산하고,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뿌리 내리기' 장려하는 정부 정책과 기업의 대응


중국 정부 또한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강력히 권장하며 '해외에 깊은 뿌리를 내릴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인들은 세금 리스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더욱 신중한 이민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년 전처럼 무작정 집을 팔고 떠나는 식이 아니라 현지 운영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주 신분을 확보하는 '정밀 타격형' 이주가 대세가 된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