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례 없는 공급 부족”...메모리 쇼크에 마이크론 웃고 애플 운다

글로벌이코노믹

“전례 없는 공급 부족”...메모리 쇼크에 마이크론 웃고 애플 운다

AI 수요에 반도체 가격 급등…하드웨어 기업들은 마진·수요 압박 직면
2025년 9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애플 행사 중 한 사람이 휴대전화로 아이폰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9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애플 행사 중 한 사람이 휴대전화로 아이폰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관련 기업들이 증시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는 가운데 애플 등 주요 하드웨어 기업들은 고가의 메모리 부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터스 캐피털의 롭 서멀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요 하드웨어 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선택지에 놓여 있다”며 “마진을 희생하면 시장의 평가가 나빠질 수 있고, 반대로 메모리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수요 위축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공급 차질로 칩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기 제조업체들이 사실상 ‘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 속에 애플 주가는 지난해 8.6% 상승에 그치며 2022년 이후 최악의 연간 성과를 거뒀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서도 4.4% 하락하며 나스닥100 지수 구성 종목 중에 하위 2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헤지펀드 헤지아이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최근 메모리 이슈가 심화하면서 애플에 대한 투자 확신이 이전보다 약화됐다고 밝혔다.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HP도 지난해 주가가 30% 넘게 급락하면서 메모리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HP 주가는 올해도 6.8% 추가 하락하며 202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HP는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비용 상승이 2026회계연도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약 30센트 감소시킬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델 테크놀로지스 주가도 이후 28% 하락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칩 제조사들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최근 미즈호 증권은 퀄컴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ARM 홀딩스 투자 의견을 낮췄다.

토터스 캐피털의 서멀은 “인공지능(AI) 수요로 인해 당분간 메모리 가격이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기업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메모리 및 저장장치 업체들은 올해 들어 강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샌디스크, 웨스턴디지털 및 마이크론은 지난해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연초에도 주가가 급등했다. 샌디스크는 연초 이후 60% 이상 상승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도 해당 지수 상위 20개 종목에 포함됐다.

지난주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에 따르면 D램 평균 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급등했고,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도 약 20%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격 상승세가 올해 내내 혹은 그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폴 믹스 기술 리서치 총괄이자 매니징 디렉터는 “향후 2년 동안 메모리 부품 비용 상승 폭이 워낙 커 애플과 같은 대형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메모리 가격이 순환적이지만, 공급 부족이 워낙 심각해 단기간 내 가격이 다시 하락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