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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행 대잠수함전 훈련장비 압수·차단...군사기술 통제 전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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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행 대잠수함전 훈련장비 압수·차단...군사기술 통제 전면화

훈련 장비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미·중 군사 기술 경쟁의 실체
2019년 중국 칭다오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중국 핵추진잠수함 모습이다. 중국은 095형 핵잠 등 첨단 기술로 미국의 태평양 수중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칭다오=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 중국 칭다오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중국 핵추진잠수함 모습이다. 중국은 095형 핵잠 등 첨단 기술로 미국의 태평양 수중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칭다오=로이터

미국이 지난 15일 중국으로 향하던 대잠수함전 훈련 장비(Mission Crew Trainers)를 압수했다고 공개했다.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군사 훈련 장비가 수출통제 규정을 위반해 중국에 이전되려 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번 공개는 미·중 간 군사 기술 통제 갈등이 실제 법 집행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날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24년에 중국으로 향하던 두 개의 대잠수함전 훈련 장비가 제3국을 경유해 선적되던 중 적발돼 압수됐으며, 미국 수출통제법을 위반한 정황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잠전 훈련 역량 강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장비라는 점에서 사안의 민감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수출통제 위반 판단의 핵심


미 법무부는 압수된 장비가 미국 기술과 설계에 기반해 제작됐으며, 군사적 용도가 명확한 훈련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특히 대잠수함 작전 환경을 모사하는 훈련 장비는 실전 운용 능력 향상과 직결될 수 있어 엄격한 통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군사 훈련용 시뮬레이터와 교육 장비 역시 무기 체계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 전투 장비가 아니더라도, 작전 개념과 전술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은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다. 이번 압수 조치는 이러한 기준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한 사례로 해석된다.

중국 대잠전 역량과 연결된 의혹


미국이 이번 사안을 공개적으로 밝힌 배경에는 중국의 대잠전 능력 강화에 대한 경계가 자리 잡고 있다. 대잠전은 해상 통제와 전략 억제에 직결되는 분야로, 미 해군과 동맹국이 가장 민감하게 관리하는 영역 중 하나다.

훈련 장비가 실제로 중국에 전달될 경우, 중국 해군의 작전 환경 이해와 훈련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미 당국의 판단이다. 미국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상업 거래가 아니라, 군사 역량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안보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제3국 경유와 국제 법적 공방


문제가 된 장비는 싱가포르를 거쳐 선적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기반 업체는 민감 기술이나 군사 데이터 이전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장비가 훈련 보조용에 불과하며, 군사적 활용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장비의 기능과 설계 목적을 근거로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당사자 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수출통제 규정의 해석과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군사 기술 통제의 집행 단계 진입


이번 압수 공개는 미국이 군사 기술 통제를 선언적 수준이 아니라 실제 집행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양자 기술에 이어 군사 훈련과 시뮬레이션 분야까지 통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은 동맹국과 제3국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군사 전용 또는 이중용도 기술의 이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단순 수출 차단을 넘어, 물류 경로와 중개 구조까지 통제 대상으로 삼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미·중 군사 기술 경쟁의 새로운 국면


이번 사건은 미·중 경쟁이 첨단 무기 체계뿐 아니라 훈련과 운용 역량을 둘러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 현대화를 제한하기 위한 법적·행정적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 역시 이를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군사 기술 통제는 이제 양국 관계에서 부차적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갈등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압수 조치는 미·중 간 군사 기술 경쟁이 수면 아래에서 실제 충돌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