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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아프리카의 '폴란드' 되나…K2 400대 도입설 뒤에 숨겨진 '기대와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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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아프리카의 '폴란드' 되나…K2 400대 도입설 뒤에 숨겨진 '기대와 경계'

폴란드 매체 "잡동사니 전차 군단 모로코, '에이브럼스+K2' 조합인 폴란드 모델 따를 것"
과거 사우디·루마니아 사례 언급…"계약 체결 전까지 신중해야"
대한민국 육군의 K2 흑표 전차. 모로코가 보유한 다양한 노후 전차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육군의 K2 흑표 전차. 모로코가 보유한 다양한 노후 전차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북아프리카의 군사 강국 모로코가 한국산 K2 흑표 전차 400대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방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시각은 사뭇 침착하다. K2 전차의 '큰손'이자 모로코와 유사한 기갑 전력 운용 개념을 가진 폴란드의 군사 전문 매체는 이번 도입설을 "군수 지원 악몽을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분석하면서도, 과거의 불발 사례들을 들며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폴란드 군사 전문지 디펜스24(Defence24)는 19일(현지 시각) 'K2와 에이브럼스: 또 다른 국가가 폴란드의 발자취를 따를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모로코의 K2 도입 가능성과 그 이면의 현실적인 제약 요소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모로코 기갑부대의 '군수 악몽'…해법은 '폴란드 모델'


매체는 우선 모로코가 K2 전차에 눈독을 들이는 근본적인 이유를 그들의 기형적인 기갑 전력 구조에서 찾았다. 현재 모로코 육군은 그야말로 '전차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미국산 M1A1SA 에이브럼스(222대)와 구형 M60A1/A3(535대), M48A5(225대) 패튼 전차는 물론, 동구권의 T-72B/BK/EA(148대), 중국산 VT-1A(54대), 프랑스산 AMX-10RC, 오스트리아산 SK-105 등 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온갖 전차들이 뒤섞여 있다. 이는 부품 수급과 정비, 탄약 보급 등 군수 지원 측면에서 끔찍한 비효율을 초래한다.

디펜스24는 "모로코는 이러한 '잡동사니' 전력을 정리하고, 기종을 단순화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그 해법으로 미국산 'M1 에이브럼스'와 한국산 'K2 흑표' 두 기종으로 주력 전차를 통합하는 이른바 '폴란드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폴란드 역시 구소련제 전차를 모두 퇴역시키고 에이브럼스와 K2 하이엔드 믹스 전략을 채택한 바 있다.

K2 400대설의 실체…"장관 방문은 팩트, 계약은 미지수"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의 K2 도입설은 지난 2025년 4월, 리아드 메주르(Ryad Mezzour) 모로코 산업통상부 장관의 방한 당시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논의된 규모는 최대 400대에 달하며, K2 외에도 K9A1 자주포, 천궁-II(KM-SAM) 요격 미사일, 심지어 3000톤급 잠수함인 KSS-III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 M1A2 SEPv3 등 최신형 에이브럼스 도입을 추진 중인 모로코 입장에서, K2는 사막 지형에서의 우수한 기동성과 에이브럼스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운용 유지비,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산 무기의 정치적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이다.

"사우디·루마니아도 산다고 했었다"…뼈아픈 팩트체크


그러나 디펜스24는 장밋빛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냉철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매체는 "과거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르메니아, 이집트,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이 K2 전차를 구매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방산은 여러 국가와 MOU 단계까지 갔다가 본계약에서 좌절된 경험이 적지 않다. 디펜스24는 "언론의 보도가 각국 정책 결정권자의 최종 결심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현재까지 K2의 확정된 고객은 폴란드와 페루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번 소식 역시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모로코의 K2 도입설은 단순한 뜬소문은 아니지만, 아프리카의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과 예산 문제, 그리고 미국의 견제 등을 고려할 때 '확정적 호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치열한 물밑 협상이 필요한 '진행형 과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