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1장당 범용 D램 3장 증발… 'HBM 제로섬 게임'이 부른 공급 쇼크
"테슬라·리비안 생산 멈출 수도"… 데이터센터 블랙홀에 완성차업계 '비명'
"테슬라·리비안 생산 멈출 수도"… 데이터센터 블랙홀에 완성차업계 '비명'
이미지 확대보기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패권을 쥐기 위해 청주 패키징 공장에만 130억 달러(약 19조2300억 원)를 쏟아붓는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돈이 되는 AI 서버용 메모리에 생산 능력이 쏠리면서 테슬라 등 완성차업계는 '공급 절벽'에 내몰렸다.
EE타임스와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9일(현지 시각)과 20일 잇따라 보도를 내고, 메모리 시장이 과거의 단순한 사이클을 넘어 인프라 주도의 냉혹한 '제로섬 게임'으로 재편됐다고 진단했다.
HBM 1장이 범용 D램 3장 삼킨다…'1대3'의 감산 공식
과거 반도체 시장은 호황기에 설비를 늘리면 가격이 폭락하는 '호황과 불황'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이번 슈퍼사이클은 다르다. 핵심은 물리적 한계에 따른 '용량 페널티'다. 이는 반도체 업계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생산 효율 저하를 말한다.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HBM 웨이퍼 한 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표준 DDR5 웨이퍼 3장 분량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다. HBM은 칩 크기가 크고 추가 논리 회로가 필요한 데다 적층 공정의 난도로 인해 수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즉 HBM 생산을 늘릴수록 시장 전체의 메모리 공급 총량이 줄어드는 구조다.
폴 믹스 프리덤캐피털마켓 전무이사는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면서 "기업과 정부 주도의 장기 AI 인프라 투자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은 2026년 생산 물량이 이미 매진된 상태다. 이는 분기마다 가격이 출렁이던 기존 메모리 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고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 47%라는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19조 원 투입한 요새 'P&T7'…기술 초격차로 독주 굳히기
SK하이닉스의 독주 배경에는 과감한 기술 베팅이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열 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NCF) 방식에 고전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액체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를 사용하는 'MR-MUF' 기술을 선제 도입했다. 이 기술은 열전도율이 기존 필름 방식보다 약 2배 높아 발열 제어가 핵심인 HBM 시장에서 결정적인 승부처가 됐다.
TC-NCF 방식은 칩 사이에 비전도성 필름을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해 접착하는 것으로 층수가 높아질수록 휨 현상 제어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MR-MUF 방식은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 사이 공간을 액체 형태의 보호재로 채워 굳히는 공정으로 필름을 사용하는 방식보다 열 방출 효율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성차업계의 비명…"2분기부터 셧다운 공포"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수익성 높은 데이터센터용 칩에 '올인'하면서 상대적으로 구형 공정을 쓰는 차량용 반도체는 찬밥 신세가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데이비드 레스네 UBS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인용해 "데이터센터 붐에 따른 메모리 부족 탓에 일부 제품 가격이 100% 이상 폭등할 조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장 올 2분기부터 글로벌 자동차 생산 라인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특히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를 지향하며 고성능 칩 의존도가 높은 테슬라와 리비안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매슈 비첨 S&P 글로벌 모빌리티 연구원은 "완성차업체들은 지금 당장 설계변경을 서두르고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렴한 메모리'의 종언…생존 위한 질적 성장
시장은 '풍요의 시대'에서 '희소의 시대'로 바뀌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7.9% 증가한 860억 달러(약 12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신년사에서 "도전자의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추격과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HBM4 진입에 따른 기술 난도 상승 등 변수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저렴하고 넘쳐 나던 메모리 반도체 시대는 끝났다. 이제 반도체 시장은 한정된 웨이퍼를 누가 더 비싼 값에, 더 효율적으로 AI 인프라에 공급하느냐를 다투는 치열한 제로섬 게임으로 접어들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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