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드론·로봇 며칠씩 가동한다…일본서‘주머니 속 원자력’전원 개발

글로벌이코노믹

드론·로봇 며칠씩 가동한다…일본서‘주머니 속 원자력’전원 개발

도쿄과학대, 5분 만에 급속 시동되는 마이크로 SOFC 반응기 공개
배터리 대비 4배 높은 에너지 밀도 구현…에지 AI 기기 최적화
열 변형 극복한 세라믹 설계로 소형 드론 비행시간 획기적 연장
일본 도쿄과학대 연구진이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 기기의 고질적인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소형 발전 장치를 내놓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도쿄과학대 연구진이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 기기의 고질적인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소형 발전 장치를 내놓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혁신 기술 전문 매체 이노베이션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도쿄과학대 야마다 테츠야 박사 연구팀은 과학 학술지 '마이크로시스템 앤 나노엔지니어링(Microsystems & Nanoengineering)'을 통해 손바닥 크기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마이크로 반응기'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

해당 기술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춰, 전력 소모가 큰 최첨단 기기의 장시간 운용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세라믹 '비계' 구조로 열 변형 극복…에너지 밀도는 배터리 4배


차세대 휴대용 동력원으로 주목받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수소가 풍부한 연료를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직접 전기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고 효율이 매우 높으며,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최대 4배에 이른다.

하지만 기기를 소형화하는 데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SOFC는 보통 600°C에 이르는 고온에서 작동하는데, 장치를 스마트폰 크기로 줄이면 내부의 뜨거운 열과 외부의 낮은 온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열 응력을 견디지 못하고 본체가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야마다 박사팀은 '이트리아 안정화 지르코니아(YSZ)'라는 특수 세라믹을 활용한 '비계(Scaffolding)' 구조를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본체를 단단한 블록 형태가 아닌 유연한 외팔보(Cantilever) 구조로 제작해 열전도를 최소화했다.

여기에 연료와 물이 흐르는 미세 채널을 통합하고 다층 단열 시스템을 구축해 핵심부의 열은 가두면서 외부로의 열 확산은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5분 만에 '풀 가동'…수 시간 비행하는 수소 드론 길 열어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핵심 성과는 시동 시간의 단축이다. 기존 산업용 SOFC는 작동 온도인 600°C까지 예열하는 데 보통 30분 이상 걸렸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마이크로 반응기는 단 5분 만에 정상 작동 온도에 도달한다.

야마다 박사는 "기존 정지형 연료전지를 손바닥 크기로 축소함으로써 휴대용 에너지 시스템의 길을 열었다"며 "전력망 연결 없이도 기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고밀도 전원의 잠재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산업 현장의 지형이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배터리를 사용하는 드론은 보통 20분마다 착륙해 배터리의 교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 마이크로 반응기를 탑재한 수소 드론은 한 번 비행으로 수 시간 동안 하늘에 머물 수 있다.

또한 외부 전원 연결 없이 현장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에지 AI(Edge AI)' 기기에도 실시간 고성능 연산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

손상 시 자동 냉각되는 '수동형 안전' 설계 도입


고온의 반응기를 휴대하는 데 따르는 안전 우려도 보완했다. 연구팀은 기계적 고장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열을 식히는 '수동형 안전 장치'를 도입했다. 만약 기기의 단열재가 손상되거나 파손되면 시스템 내부의 열이 급격히 방출되도록 설계했다.

이 설계 덕분에 고장 발생시 기기 온도는 5분 이내에 수소 발화점 아래로 떨어진다. 외부의 개입 없이도 장치 스스로 화재 위험을 차단하고 안전한 상태로 돌아가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안전 설계가 마이크로 SOFC의 상용화 문턱을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모빌리티·AI 산업계 '게임 체인저' 기대


학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한국의 수소 모빌리티 및 로봇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마이크로 SOFC가 상용화 수준의 내구성을 확보할 경우, 기존 배터리 드론의 한계였던 짧은 비행시간 문제를 해결해 장거리 정찰 및 물류 드론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이미 국내에서는 두산퓨얼셀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국산화 및 선박용·모빌리티용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수소 스택 기술을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에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온디바이스 AI와 고성능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전력 그리드로부터 독립된 고밀도 전원의 수요가 높은 만큼, 수소 경제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기술 표준 선점과 공급망 구축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