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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전력 전멸’ 아르헨티나의 도박…라이벌 브라질 손잡고 ‘스코르펜’ 잠수함 3척 전격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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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전력 전멸’ 아르헨티나의 도박…라이벌 브라질 손잡고 ‘스코르펜’ 잠수함 3척 전격 도입

하비에르 밀레이, 12년 방치된 해군 부활 드라이브…프랑스 설계·브라질 건조 ‘파격 역발상’
백년 숙적 가로지른 ‘남미 방산 동맹’…칠레·브라질 이어 남미 대서양 안보 핵심 자산으로 부상
인도 해군이 도입해 실전 운용 중인 프랑스 나발 그룹 설계의 스코르펜(Scorpène)급 다목적 디젤 잠수함의 위용. 아르헨티나 정부는 수중 전력의 전멸을 막기 위해 이 스코르펜급 3척 도입을 확정 지었다. 사진=인도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해군이 도입해 실전 운용 중인 프랑스 나발 그룹 설계의 스코르펜(Scorpène)급 다목적 디젤 잠수함의 위용. 아르헨티나 정부는 수중 전력의 전멸을 막기 위해 이 스코르펜급 3척 도입을 확정 지었다. 사진=인도 해군

지난 2014년 주력 함정들의 노후화와 퇴역 이후 단 한 대의 잠수함도 작전에 투입하지 못해 사실상 ‘수중 제해권 전멸’ 상태에 놓여 있던 아르헨티나가 프랑스 기술력과 ‘역사적 라이벌’ 브라질의 건조 인프라를 결합해 차세대 잠수함 3척을 전격 도입한다. 남미 대륙의 패권을 두고 수십 년간 반목해 온 두 군사 강국이 방산 공동체를 매개로 손을 잡으면서, 남미 대서양 연안의 해상 안보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독일 매체 포쿠스 온라인(FOCUS online)과 프랑스 군사 전문 매체 아르메(Armees)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해군력 재건을 위한 차세대 주력 잠수함으로 프랑스 내방티아·나발 그룹 설계의 ‘스코르펜(Scorpène)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하기로 확정하고 막바지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아르헨티나가 직도입하는 대신, 이웃 나라 브라질의 조선소에서 위탁 건조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호세 무시오 몬테이루 필류(José Múcio Monteiro Filho) 브라질 국방장관은 아르헨티나를 전격 방문한 자리에서 “아르헨티나가 도입할 스코르펜급 잠수함은 양국 간의 전방위적 안보 파트너십 계약에 따라 브라질 현지 기지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잠수함 제로’ 아르헨티나의 굴욕 청산

아르헨티나 해군이 막대한 국가 재정난 속에서도 이번 잠수함 도입을 밀어붙인 이유는 남미 군사 대국으로서의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과거 해군의 핵심 축이었던 ‘ARA 산타크루즈(Santa Cruz)’호와 ‘ARA 살타(Salta)’호가 2014년 정비 불능 및 수명 만료로 퇴역한 이후 현재까지 무려 12년 동안 단 한 척의 잠수함도 보유하지 못한 안보 공백 상태였다. 대서양의 광활한 배타적경제수역(EEZ)과 해상 무역로가 불법 조업과 잠재적 적대 세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자,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해군력 재건 사업이 순항 중”이라며 수중 전력 부활을 천명한 바 있다.

‘백년 숙적’ 브라질 조선소에 군함 맡긴다


방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아르헨티나가 남미 최대의 경제·군사 라이벌인 브라질에 자국 영해를 지킬 잠수함의 건조를 맡겼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남미 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을 통해 경제적 협력을 이어왔으나, 지정학적·군사적 관점에서는 수십 년간 팽팽한 견제 체제를 유지해 온 역사적 경쟁 관계다.

그러나 경제 위기로 독자적인 독(Dock·조선소) 가동 능력을 상실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이미 스코르펜급 4척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낸 브라질의 방산 인프라(MRO)가 결합하면서 극적인 시너지가 발생했다. 브라질로서는 자국 방산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아르헨티나는 검증된 남미 현지 공급망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는 ‘윈-윈 전략’이다.

남미 해도를 채우는 ‘스코르펜’ 커넥션

이번 아르헨티나의 합류로 스코르펜급 잠수함은 명실상부한 ‘남미 표준 잠수함’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미 태평양 연안의 칠레가 지난 2005년부터 2척을 도입해 운용 중이며, 브라질 역시 4척을 전력화해 가동률을 증명했다.

프랑스 DCN(현 나발 그룹)과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의 공동 협력으로 설계된 스코르펜급은 철저히 수출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2000톤급 디젤-배터리 기반 중형 잠수함이다. 최대 300m 깊이까지 잠항할 수 있으며, 승조원들의 생존성을 극대화해 한 번 출항하면 45일간 보급 없이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특히 6개의 어뢰 발사관을 통해 강력한 중어뢰는 물론 기뢰, 그리고 수상 함정을 타격할 수 있는 대함 미사일까지 운용할 수 있어 원거리 영해권 방어와 정찰 임무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자랑한다.

10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등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 한화오션의 KSS-III와 독일 TKMS가 격돌하는 사이, 남미 대륙은 프랑스-브라질 연합의 기술 벨트로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과거의 국가적 대립을 넘어 실리적 안보 포트폴리오를 선택한 아르헨티나의 승부수가, 멈춰 섰던 대서양 수중 감시망을 다시 깨우는 확실한 보루가 될 수 있을지 지구촌 군사 당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